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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엔화·달러화 대비 약세 가속화

외환시장 수급변화 조짐에 '과도한 강세' 벗고 제자리 찾기<br>선물환 매도·단기 외화차입 줄어…작년 '엔약세-원강세'와 정반대로


5일 원ㆍ달러 환율이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원ㆍ엔 환율이 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국내외 여건 변화와 맞물려 그동안 과도했던 원화 강세가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관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본 금리인상에 따른 엔캐리트레이드가 일부 청산되고 있는데다 수출업체의 선물환 매도 감소 및 단기외화 차입 감소, 외국인의 배당금 수요 급증 등 외환시장의 수급구조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외환시장에서도 “원화가 약세로 돌아섰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원화가 달러화는 물론 엔화에 비해서도 당분간 동반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이날 원ㆍ달러 환율이 저항선이던 945원과 950원을 차례로 돌파하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외환시장 수급 변화 조짐=이 같은 원화 약세는 우선 일본의 금리인상, 차이나 쇼크 등을 계기로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화 강세를 부추겨온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매도 규모가 지난해 4ㆍ4분기부터 급감한 게 대표적이다. 선물환 매도 규모는 지난해 3ㆍ4분기에는 무역수지 흑자 대비 5.7배에 달했으나 4ㆍ4분기에는 1.34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원ㆍ달러 환율이 연초 930원에서 945원 사이에서 정체국면을 보이면서 원화 강세 심리가 상당 부분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선물환 매도 규모는 지난해 1ㆍ4분기 78억달러에서 2ㆍ4분기 174억달러, 3ㆍ4분기 136억달러로 급증했으나 4ㆍ4분기 105억달러로 줄었다. 더구나 올 들어서는 조선 수주물량 자체가 감소하는 추세다. 또 삼성중공업처럼 수주계약 단계부터 원화로 결제, 환 헤지를 모색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 1월 말 한국무역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조선업체의 수주물량이 30% 가량 줄어들고 경상수지도 올해 10억달러 흑자에 머물 것”이라며 “환율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4ㆍ4분기 강도 높은 부동산대책으로 엔화 차입 등 단기외화 차입이 크게 줄어든 것도 원화 약세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에 따르면 기업 엔화대출 규모는 주요 시중은행 6곳과 외은지점을 합해 지난해 9월 말 150억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말 152억2,000만달러 정도로 정체되다 올 들어서는 감소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1월 경상수지 적자에다 외국인의 배당금 송금이라는 시기적인 요인도 한몫했다. 올해 외국인 배당 규모는 지난해보다 38.4%나 늘어난 4조4,451억원으로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원화 약세와 맞물려 달러로 바꿔 해외로 유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화와 엔화간 디커플링 심화=이처럼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이 바뀌면서 원화는 달러화는 물론 엔화에 비해서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과 엔ㆍ달러 환율의 디커플링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엔화 약세-원화 강세’의 흐름과 정반대의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외환시장 참가자들도 원화 약세에 베팅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사려는 ‘엔ㆍ원 롱마인드’가 원ㆍ달러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엔캐리 이슈가 살아 있어 달러화가 960원선까지 올라설 때까지 역외세력이 서울환시에서 달러 매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도 “지난해에는 엔화가 약세를 보일 때 원화가 강세를 보이거나 별 상관관계가 없는 방식 등으로 디커플링을 보였다”며 “최근 정반대의 원-엔 디커플링은 시장의 심리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ㆍ달러 환율이 단숨에 전고점을 뚫었다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또 5일부터 중국 전인대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의 일ㆍ한ㆍ중 방문으로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인 강세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일본의 3월 결산이 끝나면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주춤해지는 한편 한국 조선업체도 연초 비수기가 지나면 선물환 매도를 재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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