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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라이프] 인터넷 '바람기' 심상찮다
입력1999-12-09 00:00:00
수정
1999.12.09 00:00:00
이균성 기자
그동안 찰떡궁합으로만 여겨졌던 PC 대신 TV와 휴대폰한테도 눈길을 주기 시작한 것. 그중에서도 TV한테 보내는 눈길은 여간 심상치 않다. 때론 은근하고 때론 이글이글한 게 뭔가 꼭 일을 낼 것만 같아 보인다.그러나 인터넷의 바람기는 너무 나무랄 일이 아니다. 오히려 부추겨도 좋다. 인터넷은 사람과 달리 바람을 잘 피울수록 이롭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이 바람을 피우는 건 「무죄」다. 그럴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PC와 인터넷이 찰떡궁합이었다는 데 별 이론은 없다. 하지만 둘 사이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인터넷은 매우 개방적이다. 누구에게나 마음을 열어놓고 싶은 속성이 강하다. 그러나 PC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값이 너무 비싸고 조작하기도 어렵다. 아주 까다로운 성격인 셈이다.
둘의 이같은 성격차를 비집고 들어온 게 TV. TV는 PC와 달리 사람을 안가린다. 누구하고도 금방 친해진다. 매우 개방적이다. 그런 TV가 인터넷을 향해 손짓을 하니 인터넷도 마음이 흔들리는 건 당연지사다.
사실 TV는 2년 전에도 인터넷을 향해 구애를 한 적이 있다. 삼성·LG·대우전자 등 여러 중매쟁이들이 「인터넷 TV」를 내놓고 둘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러나 당시 인터넷의 반응은 지금과 달랐다. 주위의 가족과 친구들이 TV를 인터넷의 짝으로 신통찮게 여겼고 인터넷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인터넷 TV는 고작 수천대 팔렸고 이듬해 중매쟁이들도 손을 털고 말았다.
그러나 불과 2년만에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주위의 가족과 친구들의 생각이 180도로 바뀌었다. 상당수 가족과 친구들이 TV 편을 들고 나섰다. 그사이 TV가 특유의 다정다감한 성격에다 지적인 모습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인터넷도 금방이라도 마음을 열 듯 TV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지금까지 TV편을 들고 나선 곳은 3개 그룹. 우선 2년 전 둘 사이에서 중매를 섰던 삼성전자가 인터넷과 가까운 SK텔레콤·삼성물산·삼성전기·조선인터넷TV 등과 힘을 합쳐 TV를 적극 밀어주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둘이 결합할 경우 틀림없이 옥동자를 낳을 것』이라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한국웹TV란 중매쟁이도 한솔CSN·한국통신하이텔·라이코스코리아·삼보정보통신·한국전자·에스원 등 8명의 인터넷 친인척과 뜻을 모아 『이번에는 인터넷과 TV를 반드시 결합시키고 말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별텔레콤·홈TV인터넷·한별인터넷 등도 한 팀이 돼 인터넷 TV 바람몰이를 시작했다.
이들 중매쟁이들이 이처럼 인터넷과 TV의 결합을 적극 지원하고 나선 까닭은 그 사이에 태어날 「인터넷 TV」란 옥동자 때문. 인터넷 TV의 시장성을 믿기 때문이다. 즉 인터넷은 좋아하지만, 또 인터넷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PC의 까다로운 성격이 싫어서 인터넷마저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가운데 그 틈새시장을 파고 들 수 있는 게 바로 인터넷 TV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인터넷 TV」를 옥동자로 생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97년 인터넷 TV 업체인 웹티브이네트워크를 인수, 인터넷 TV 사업을 펼친 뒤 현재 미국에서만 110만명이 TV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캐나다를 비롯해 영국·독일 등 유럽 통신업체들과 제휴하고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업체인 AOL도 디렉TV·필립스 등과 제휴해 인터넷 TV 사업을 펼치기로 발표했다.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단말기 업체인 모토롤러도 『앞으로 인터넷 TV 개발에 대규모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고 일본에서도 세가·히타치·도시바·NEC·미쓰비시 등이 대규모 「인터넷 TV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세계적인 조사업체인 IDC는 『오는 2002년에 인터넷 TV 같은 정보기기의 수요가 PC 수요를 앞지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터넷이 그 미모를 뽑내기 시작할 때부터 끊임없이 구애를 해오던 TV가 마침내 국내·외에서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TV가 PC를 제치고 인터넷의 안방까지 완전히 차지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서로의 지적인 매력에 끌려 그동안 인터넷과 PC가 다져왔던 금슬이 아직도 견고하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TV의 지적 수준이 결코 PC를 앞지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바람기 많은 인터넷은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여러 중매쟁이들의 견해다. 또 다른 중매쟁이들은 『휴대폰이 좀 더 매력적이 될 경우 인터넷은 「한 지붕 세 집 살림」을 할 가능성도 많다』고 내다본다. 그러나 중매쟁이들은 한결같이 『인터넷이 몇 집 살림을 하건 결코 접시가 깨지는 일 따위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인터넷은 바람둥이다. 그러나 결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균성기자G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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