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 당분간 농가 및 닭고기 공급업체들의 피해는 더욱 커지게 됐다. 정부가 AI 경보수준을 올린 것은 AI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높여 AI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AI 추가 발생농장이 최초 발생농장 반경 10㎞ 내의 경계 지역이어서 꼭 위기경보를 상향 조정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 불안감을 높일 수도 있지만 경각심을 높여 AI가 확산되지 않도록 힘을 모으기 위한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I 위기경보 상향으로 가금류 소비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여 닭고기 생산업체 등의 피해는 커질 전망이다. 계육협회는 “지난 22일 1㎏당 1,015원 수준이던 닭고기 산지가격이 29일 734원으로 700원대까지 폭락했다”며 “AI 위기 경보 격상이 닭고기 소비감소와 가격하락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호소했다. 오리고기와 계란 역시 가격 하락이 진행 중이다. 특히 AI가 잇따라 발생한 전북도 내 중소 닭 가공업체의 피해가 막대하다. 하림ㆍ동우 등 대형 업체로부터 생닭을 공급받아 이를 가슴살과 닭발ㆍ날개 등의 부위로 나눠 학교와 기업체ㆍ치킨판매점 등에 공급하고 있는 이들 기업은 최근 주문이 급감해 지난달에 비해 출하량이 50% 이상 줄었다. 소비가 줄면서 최근 10일간 7개 닭고기 가공ㆍ생산업체의 도계 마리 수도 이달 중순에 비해 30%가량 줄었으며 오리고기 도살량도 중순보다 50% 정도 급감했다. 살처분 범위 확대로 살처분될 닭이 60만마리가량 늘어남에 따라 해당 농가의 농민들 역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정부가 시가로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지급 시기가 불투명하고 실제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 농림부 예산으로 책정돼 있던 살처분 보상액 300억원은 이미 소 브루셀라 등의 발병으로 거의 소진돼 불용예산을 끌어오거나 예비비를 지원받아야 할 상황이다. 살처분 지역의 한 닭 사육농가 주인은 “정부가 보상액과 보상금 지급시기를 분명하게 말해 주지 않아 불안하다” 며 “돈이 돌지 않아 당장 생계를 꾸려가기 조차 막막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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