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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아이들이 다툴 때 사내아이들은 주먹을 날리고 여자아이들은 머리를 잡아당긴다. 누가 그렇게 싸우라고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남자와 여자는 싸우는 방법이 이렇게 다를까. 최근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학과 연구팀은 이 같은 남녀간 싸움방식의 차이가 선천적인 유전자의 영향에 의한 결과일수도 있음을 추정케 하는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암수 과일파리(fruit fly)들의 경우 싸움방식을 결정짓는 유전인자가 있음을 밝혀낸 것. 일반적으로 과일파리 수컷은 마치 권투를 하듯 뒷다리로 서서 앞발로 일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싸우고, 암컷들은 몸을 내밀며 머리를 부딪쳐 상대방을 쫓아낸다. 연구팀은 이것이 후천적 습득의 결과인지 선천적으로 DNA에 입력돼 있는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암컷을 유혹하는 행동’ 등 수컷만 지닌 행동 유전인자를 암컷에게 주입하고, 암컷 특유의 인자를 수컷에게 투입하는 DNA 교환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유전인자가 교체된 수컷은 암컷처럼, 암컷은 수컷처럼 싸움의 방식을 180도 바꿨다. 적어도 과일파리에 있어서는 성별에 따른 공격 성향의 차이가 유전인자의 조정을 받는다는 첫 증거가 포착된 것이다. 물론 이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사람은 과일파리들과 달리 남녀의 행동을 규정짓는 유전인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을 이끄는 에드워드 크라비츠 교수는 “현재 과학계에선 남녀간 공격 성향의 차이가 유년시절에 분비되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정확한 해석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신경학자들로 하여금 공격성향과 같은 복잡한 행동이 신경체계에 입력되는 경로를 이해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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