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인 이상 사업장 10곳 중 4곳이 이미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을 정도로 노사 간 임금협상이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있다.
노사가 경기침체와 실적부진 등의 영향으로 큰 이견 없이 임금 인상폭에 합의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5년 상반기 임금교섭 타결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100인 이상 사업장 1만571개 가운데 4,615개가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해 진도율(타결률)이 43.7%에 달했다. 이는 2000년(47.5%) 이후 가장 높은 것이며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43.7%)과 같은 타결률이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17.5%)에 비해서는 2배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협상이 타결된 기업들의 통상임금 인상률은 4.9%로 지난해에 비해 14.2%포인트나 줄었다. 지난해 인상률이 유달리 높았던 것은 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서 상당수 기업이 이를 통상임금에 새로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에 기타 수당 등을 합친 임금 총액 인상률은 4.3%로 전년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경기불황으로 임금을 동결하거나 줄인 사업장 비율은 17.7%(819개)로 전년 같은 기간(9.2%)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또 임금교섭을 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업실적과 성과(48.0%)였으며 그 다음으로는 최저임금인상률(25.1%), 동종업계 임금 수준(9.4%)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임금교섭 타결률이 높아지고 인상률이 낮아진 데는 통상임금 산입 범위 논란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가 큰 영향으로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내년 60세 정년 시행을 앞두고 임금피크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노사 간의 노력도 임금협상 타결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통상임금 인상률 4.9%는 지난해의 급격한 상승에서 벗어나 다시 예년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2011년에는 5.3%, 2012년에는 5.6%, 2013년에는 4.4%를 기록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통상임금 논란으로 사업장마다 큰 혼란을 겪었고 2010년에는 월드컵 영향을 받아 타결률이 더뎠다"며 "아직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제조 분야 주요 사업장이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예년보다는 타결률이 월등히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임금협상 타결률은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 더 높아 무노조 기업의 타결률은 53.1%에 달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반면 노조가 있는 기업의 타결률은 17.9%에 그쳤다.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사업장의 타결률이 44.9%로 가장 높았고 1,000인 이상은 31.5%로 낮아 규모가 클수록 타결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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