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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EU 무역마찰 협상통해 풀어야
입력2003-05-15 00:00:00
수정
2003.05.15 00:00:00
요즘 대서양을 가로 지르는 무역 관계는 마치 슬로우 모션으로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은 모습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두개의 무역 블록은 상대방이 먼저 브레이크 밟기를 바라며 자신들의 길만을 가고 있다. 서로 협조함으로써 그들은 세계경제에 위험한 결과를 낳는 충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협조하는 대신 그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에 호소하고 있다.
유전자변형식품(GMO)의 수입을 금지시킨 유럽연합(EU)을 WTO에 제소하기로 한 워싱턴의 결정은 이러한 충돌을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다. 이 문제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제소 타이밍이 우선 적절치 못하다. EU 집행위원회(EC)는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해 시장을 개방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도전은 EU 소속 국가들의 저항과 수입금지 해제에 대한 유럽 의회의 반대를 더욱 확산시킬 것이다. 그것은 또한 지난 4년간 수입금지의 주된 원인이었던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한 유럽 소비자들의 신뢰 부족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수입 금지 조치를 WTO에 제소한 것이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 확실하지 않다. WTO의 규정에는 이와 관련된 분명한 원칙이 없으며 관련 법 조항도 마련돼 있지 않다.
미국에 호의적인 판결이 나올 경우 이것은 EU 소속 국가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것은 또 가뜩이나 흔들리고 있는 WTO의 문제 해결 능력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패할 경우 미국 의회의 WTO 반대론자들을 더욱 자극하게 될 것이다. 일부 무역 전문가들이 지금의 상황을 `양측 모두 잃는 것 밖에 없는`케이스로 보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양측의 실수는 무역 거래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을 WTO에 의존해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들 문제는 WTO의 전신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하에서 다뤄진 관세와 무역 장벽들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오늘날의 논쟁은 규제적 기준ㆍ환경적 관심ㆍ건강 관련 입법과 같은 이슈들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현재 무역 블록간의 입장 차이는 오직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WTO의 문제 해결 절차는 이런 문제를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다. WTO의 절차에 호소하는 것은 이 조직을 거대한 무역 블록 간의 전쟁터로 만드는 것이며, 이는 곧 다자간 협상에서 수행해야 할 많은 역할을 갖고 있는 한 조직의 신뢰성을 위협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 5월1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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