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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위켄드] 고성/상족암 "진달래 꽃밭아래 태고의 숨결이…
입력2004-04-08 00:00:00
수정
2004.04.08 00:00:00
무릇 꽃을 좋아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닌 모양이다. 벌과 나비 얘기는 접어 두고라도 지금쯤 남쪽 바다 끝에 가면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화사하게 핀 꽃길을 따라 우르르 몰려 왔을 공룡들을 만날 수 있다.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상족암(床足岩) 군립공원 내에 있는 공룡 발자 국 화석지. 6km 해안가를 따라 4,000여 개의 공룡 발자국들이 흩어져 있다 .
한국의‘쥬라기공원’이라 할 만한 이 곳은 한반도는 물론 유라시아를 통틀어 가장 많은 공룡발자국이 있는 곳으로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 해안과 함께 세계 3대 공룡발자국 유적지로 평가 받고 있다.
상족암은 고성과 삼천포 중간, 한려수도 국립공원의 한 가운데에 있는 해변이다. 앞으로는 사량도가 버티고 서 있고 한가로이 지나는 고깃배의 모습은 여느 바닷가와 비슷하지만 파도를 맞고 있는 해안 절벽의 형상은 예사롭지 않다.
켜켜이 쌓인 퇴적암이 신비감을 자아내는 가운데 오랜 세월 비바람에 씻겨 모습을 드러냈을 널따란 바위 위에는 크고 작은 웅덩이가 여기저기 찍혀 있다.‘밥상 위의 발자국 바위’라는 지명이 딱 들어 맞는다.
지난 2000년 국제학술대회의 정식 공인이 있기 이전까지는 이것이 선뜻 공 룡 발자국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주민들이 이것을 그저‘소가 똥싸면서 지나간 자리’또는‘도사가 지팡이 짚고 걸어간 자리’라 여겼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바위에 새겨진 발자국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떤 것은 바다로, 어떤 것 은 산으로 향하고 있다. 발자국 크기도 너비 7cm에서 큰 것은 1m가 넘는 것까지 있어 한 가족 무리, 아니면 수많은 공룡 떼들이 여러 차례 이 길을 걸었음을 알 수 있다.
학계에서는 1억 2,000만년전의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부라키오사우루스와 이구아노돈 등 초식 공룡들이 대거 이동한 흔적으로 판정하고 있다. 발 자국 크기로 추정한 가장 큰 공룡의 키는 15m, 무게는 100톤이 넘는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관찰하기 어렵지만 주변에선 새의 발자국 화석도 발견됐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백악기는 공룡들이 절멸한 중생대 마지막 지질시대로,죽음을 앞둔 공룡들이 떼지어 걸었을 이 길은 자연스레 ‘최후의 소풍길’ 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 때도 해안가 절벽 위에는 지금처럼 연분홍빛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났을까.
공룡들의 발자국을 따라 가다 보면 서쪽 끝에 입구는 작지만 그 안에 수십 명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해식 동굴이 나온다. 이곳 암반에서도 공룡발자 국이 여럿 발견됐는데, 사람들은 발자국 모양과 크기가 일정한 것으로 미루어 같은 종류의 공룡가족이 집단서식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성군은 지금 공룡을 테마로 한 자연공원 조성에 바쁘다. 지난해 이미‘2006년 공룡세계엑스포’를 치르겠다고 국비 41억원을 따낸데다가 이 달 22일부터 4일간 열리는 ‘공룡나라축제’를 위한 자연탐방로 개설공사를 한창 진행중이다.
오는 6월말에는 147억원을 들여 1만40㎡ 부지에 지하 1층, 지상3층 규모로 설계한 공룡전시관이 준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정작 소중하게 보전해야 할 공룡 발자국 화석은 탐방객들에게 무제 한으로 개방되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서 왔다는 한 여행객은 “지난 99년 천연기념물 411호로 지정해 놓고도 정작 아무런 보호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는데 너무 놀랐다”며“공룡의 몸체 화석이 발견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발자국 화석지를제대로 보호하는 것은 개발보다 더 서둘어야 할 일”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 경남고성=강동호기자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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