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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미국의 분열 한국의 분열
입력2004-04-05 00:00:00
수정
2004.04.05 00:00:00
“열광과 증오의 두 부류만 있을 뿐 중간은 없다.”
배우 멜 깁슨의 영화 ‘패션오브크라이스트(그리스도의 수난)’를 둘러싸고 미국 내 벌어지는 분열상에 대해 언론학자 마티 캐플런 교수가 최근 기 고에서 한 탄식이다.
전쟁을 놓고 찬반 양론이 들끓는 미국 내 민심이 또 한번 갈리는 사태를 개탄한 그의 말이 그런데 귀에 익다. 바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판권을 가진 말이다. “세계는 이쪽이든 저쪽이든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중 간지대는 없다.”
사고의 편협성과 독선 문제
좌우 이데올로기 시대가 종언을 고한 지 10여년. 세계는 지금 양 극단의 선택을 강요당하며 새로운 분열의 시대를 맞고 있다. 한가운데 미국이 있고 한국은 그중에도 두드러진다.
영화 한편으로 미국이 떠들썩한 이유는 반유대인 정서가 담겼다고 주장하는 미국 내 파워그룹 유대계의 반발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국론이갈린 시기, 그 밑바닥에 어김없이 자리잡아온 것은 인종문제다. 멀리는 남 북전쟁, 가까이 LA 폭동이 그 사례다.
전쟁을 기획ㆍ실행, 세계 분열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부시의 원죄는 그 의 의식 속 깊히 뿌리박힌 바로 그 인종주의, 백인우월주의가 출발점이다. 미국을 지휘하는 그룹, 이른바 네오콘의 실체가 정확히 그 범주 내고 오 만한 인종적 우월감이 반테러전이라는 명분으로 전세계를 양분시키고 있다 .
분열 뒤편에서 사태를 부추기는 일단의 세력들은 색깔만 다를 뿐 지금 우리 주변에도 있다. 좌우, 보수ㆍ진보 특정 그룹을 일컫는 게 아니다. 어느 쪽이든 그 극단에 선 사람들, 그들 사고의 편협성, 독선이 문제의 요체다.
한반도땅 극단적 편가름의 진원지는 단연 정치판이다. 이 나라 정가는 지금 김두한과 이정재가 한판 붙던 ‘야인시대’보다도 질 낮은 ‘야만시대’로 치닫고 있다. 사욕과 광기만이 가득한 역겨운 삼류극 어디에도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여유, 타협과 절충의 ‘합리’를 수용할 공 간이 없다.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연일 쏟아내는 독설에는 스스로의 자존부터 뭉개버린 자해성 극단만이 넘쳐난다. 이 끝없는 갈등의 밑바닥에 겹겹이 쌓인것은 무얼까. 매우 한국적 정서인 출신성분이다.
학벌-지연, 가진 자-못 가진 자, 배운 자-못 배운 자, 그것도 모자라 세대 간 갈등까지 오버랩되며 실로 치유 난해한 한국병을 만들어가고 있다.
인종주의에 근거한 미국의 분열, 물론 뿌리 깊은 병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미국이 강국일 수 있는 근거는 그 반(反) 이성을 커버해주는 정제된 사회시스템 때문이다. 온갖 민족들이 모인 미국이라는 현상의 존립 토대는 법과 시스템이며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 인간의 비이성적 행동을 유효 적절히 통제시켜왔다.
갈등제어 사회시스템 시급
인종주의적 갈등의 요소가 태생적으로 없는 게 그나마 우리에게는 다행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계급간 무한 갈등이 대신 자리잡았다. 분열을 부추기는 세력들은 준동하는 반면 갈등을 막아내는 사회시스템은 취약한 점이미국과의 격차를 벌렸다.
“고졸도 못되는 학력의 국모가 자격이 있나”-이 따위 류(類)의 치졸하고 비겁한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운 시간, 워싱턴 매파들은 손가락질을 받건 말건 적어도 국가 이익만큼은 철저히 챙기고 있다. 국익에 대한 교조적 신 념, 미국 내 극단주의자들과 한국 내 분파주의 집단과의 경쟁력 차이며 역 사 인식의 차이다.
개선이 될지, 개악이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갈등의 목소리만 높을 뿐 변변한 정책 하나 들어보기 힘든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희망과 절 망의 선택은 유권자, 바로 우리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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