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우려의 먹구름이 우리나라의 주가, 금리, 환율을 동시에 휘청거리게 하는 ‘트리플약세’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유가는 인플레 우려와 달러화 약세 영향으로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고,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으로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급락세를 보이면서 지난 95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90엔대로 내려앉았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시장 전반이 한치 앞을 내다 보기 힘든 신용경색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다. 미국정부를 중심으로 신용위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계속해서 나오고는 있지만 신용위기의 특성상 위기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어렵다는 점에서 단기 진정대책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미국 연준이 원화로 2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달러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그 효과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신용위기의 가장 나쁜 특성이 좋고 나쁨에 대한 판단을 흐려지게 만들어 좋은 것도 나쁘게 만들어 버린다는 점인데 최근 신용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이 바로 그런 모습이다. 서브프라임에서 시작된 불안은 그보다 한등급 높은 알트-에이(Alt-A) 시장으로 번져나갔고, 칼라일 캐피탈과 손버그 모기지의 디폴트 우려는 일부 대형 IB와 보험사에 대한 파산 우려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베어 스턴스까지 공적자금에 손을 벌릴 정도다. 무엇보다 차분히 앉아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급격한 가격조정이 진행되면서 미국 발 악재의 위력은 더욱 배가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지금이 끝일까 하는 점인데 이번 주에 예정된 골드만삭스(18일), 리만브라더스(18일), 모간스탠리(19일), 베어스턴스(20일) 등 대형 IB들의 실적발표와 미국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신용경색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신용위기의 지속은 결국 주식시장에서의 단기 변동성 확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트리플 약세 현상은 좀 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S&P가 서브프라임에서 시작된 문제가 끝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만큼 근거 없는 루머에 휩쓸릴 필요는 없다. 또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될수록 미국정부가 제시할 안정대책 강도 또한 강화될 가능성이 높고, 연준의 금리인하 폭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코스피 1,600포인트에 대한 지지력이 다시 약화된 것은 사실이나 1,600선 아래에서는 절대적 가격매력이 부각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추격매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원화의 약세를 감안할 때 여행, 항공, 철강주 등의 상대적 약세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출 관련주는 원화약세 수혜주라는 점에서 관심이 필요하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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