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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에 대규모 일제 군사시설 발견

500명 수용 동굴도… 초계·병참기지 추정

일제가 태평양전쟁 말기 전남 여수시 거문도에 대규모 군사시설을 구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거문도에서 확인된 일제 군사시설은 규모면에서 제주도 것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28일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일제는 태평양 전쟁 말기 한국인 기술자 등을 강제 동원해 거문도를 이루는 동도(東島), 서도(西島), 고도(古島) 3개 섬에 터널 12곳, 참호 2곳, 방벽 1곳, 지하갱도 등의 군사시설을 구축했다. 진상규명위는 작년 9월부터 거문도의 일제 군사시설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여왔다. 구체적으로 보면 ▲동도 동도리 터널 9곳 ▲서도 덕촌리 터널 2곳 ▲서도 불탄봉 정상부근 터널 1곳 및 T자형 참호 2곳 ▲고도 거문리 회양봉 중턱 80m 방벽 1곳등이 확인됐으며, 서도 음달산 정상 부근에서는 지하갱도 흔적도 발견됐다. 이들 시설물은 1944년 말부터 1945년 광복 직전까지 거문도 주둔 일본군이 일본인을 포함한 거문도 주민 100여명과 함경도 웅진 등 이북 지방 기술자들을 강제로 동원해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동도에서 발견된 9개의 터널 중 7개는 해안가에 지어졌고 배를 댈 수 있는 콘크리트 접안시설까지 갖추고 있었다. 특히 왕(王)자형 동굴은 한번에 5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일제가 거문도에 대규모 군사시설을 구축한 것은 거문도가 한반도와 일본 열도중간의 길목에 위치해 일본∼중국, 여수.부산∼제주를 오가는 선박들이 풍랑을 피하거나 식수를 얻는 중간 기항지와 군사기지로 활용도가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태평양전쟁 말기 거문도를 일본과 한반도를 잇는 초계기지 겸 병참기지로 활용하려 했던 것 같다"면서 "거문도는 지리적 요충지인 데다 연중어장이 좋아 정보 수집과 물자 조달에 최적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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