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주식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내준 시중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담보 가치가 사라지면서 대출금 회수에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8월 한국저축은행 최대주주인 씨앤씨캐피탈은 한국저축은행 주식 40만주를 담보로 신한은행으로부터 142억원을 대출했다. 이 대출은 만기 연장을 거듭하다가 최근에는 지난 2월 만기를 연장했다.
전북은행도 한국저축은행 주식 49만주를 담보로 잡고 씨앤씨에 27억원을 대출해줬다.
은행권에서는 차주가 영업정지된 한국저축은행이 아니라 대주주인 씨앤씨이지만 대출금 회수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한국저축은행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만큼 주식이 조만간 종잇조각으로 변할 수 있는데다 씨앤씨의 재무 상태도 나쁘기 때문이다. 실제 씨앤씨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2,04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2010년에도 418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담보율이 낮은 신한은행은 "충당금 적립과 대출금 회수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손실 규모가 얼마인지 가늠하지 어렵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에도 부실 저축은행 퇴출 불똥이 튀었다.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캐피탈은 지난해 9월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해 145억원(290만주)을 투자한 것이다. 당시 하나캐피탈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소유의 고가 그림과 주식(지분율 54.01%), 부동산(후순위) 등을 담보로 잡았다.
당시 하나캐피탈은 연 10% 수익을 보장받은데다 미래저축은행 대주주와 풋백옵션(put option)을 체결하는 등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투자했지만 이제 상황이 급반전한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풋백옵션을 진행해왔다"며 "가압류된 사옥에 대해 경매절차를 밟고 있는데다 미술품도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하나캐피탈에 담보로 잡힌 고가 미술품은 사이 톰블리의 '볼세나'와 박수근 화백의 '두여인과 아이' '노상의 여인들' '노상의 사람들', 김환기 화백의 '무제' 등 5점이다. 이 중 박수근 화백의 두여인과 아이, 노상의 여인들은 지난 3월 경매에서 각각 4억7,000만원과 5억8,000만원에 팔렸다. 또 톰블리 '볼세나'의 감정가는 130억~160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