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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과 경제력/권숙일 과기처 장관(특별기고)

모처럼 두가지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하나는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패스파인더」가 화성에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인간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불러 일으키고 있는 패스파인더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미국의 과학기술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번 패스파인더의 개발과 발사에 들어간 비용이 놀라울 정도로 저렴했다는 점이다. 패스파인더 개발에 들어간 비용은 1억5천만달러(약 1천3백억원)이고 발사와 관제비용은 2억8천만달러(약 2천4백억원)로 지난 76년 쏘아 올린 「바이킹」에 비해 1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 60년대 미국에서 추진했던 아폴로Ⅱ 계획이 약 2백50억달러가 투입됐던 것에 비하면 패스파인더의 화성탐사는 그 비용면에서 대단한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이같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처럼 낮은 비용으로 가능할 수 있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대체로 지난 60∼70년대와 비교할 수 없이 발전한 컴퓨터기술(HW와 SW포함)과 부품의 외주제작이 가능했다는 점, 그리고 NASA의 비용절감노력 등이 어우러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60∼70년대만하더라도 우주기술은 주로 공공연구기관에서 개발될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들었으나 기술이 민간으로 이전, 확산되면서 기술혁신이 가속적으로 일어났다. 또 이러한 기술이전과 확산이 공공·민간 부문간에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 마침내 패스파인더와 같은 경제성을 갖춘 프로젝트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기술혁신은 생산능력을 키워 비용을 줄이며 나아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낸다. 기술혁신으로 경제의 공급능력이 탄력성을 갖게 되고 경제구조가 견실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최근 보스턴은행에서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지난 50년간 MIT의 학생·교수·연구원들이 세운 기업은 약 4천개에 달하고 이들이 세계 각국에서 고용하고 있는 사람이 약 1백1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이 1년에 생산하는 부가가치는 1천1백60억달러를 넘어서고 국가단위로 볼 때 세계에서 24번째 규모가 되며 태국의 GDP보다 크다. MIT로부터 창업하여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은 디지털 이큅먼트·휼렛패커드·질레트·인텔·맥도널 더글러스·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미국이 이처럼 기술을 바탕으로 한 혁신이 왕성한 것은 과학기술 관련 활동 공간이 거의 무한히 열려 있고 이에 따른 혁신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것이 자유시장 시스템과 어울려 거대한 경제 잠재력을 가져온다. 곧 경제의 생산·공급 능력을 향상시켜 물가 안정과 소득 증대를 가져온다. 우리가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효율적인 혁신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경기회복소식은 분명히 반가운 것임에 틀림없으나 구조조정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단주기 상의 경기회복은 우리 경제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것이 아니다.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단기적으로 경기하강은 길고 상승은 짧게 나타나 결국 거의 장기적인 내리막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심각성이 있다. 우리가 21세기에 선진경제를 이룩하는 길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MIT와 같은 좋은 대학을 키우는 자세로 우리 경제의 뿌리부터 치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식의 축적, 기술혁신의 촉진과 확산, 혁신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뿐 아니라 사회 각 부분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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