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탈이 이달 알뜰주유소에 휘발유 완제품 납품을 시작한데 이어 하반기엔 경유시장에 진출을 추진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촉각을 곧두 세우고 있다. 제5정유사로 발돋움 하려는 프로젝트가 한층 속도를 내면서 수십 년간 견고하게 지속됐던 국내 석유 4강 체제에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삼성토탈은 이달부터 알뜰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를 반제품이 아닌 완제품으로 공급을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 사항에 따른 후속조치로 삼성토탈은 그간 반제품을 한국석유공사에 납품한 뒤 석유공사가 첨가물을 섞어 완제품을 알뜰 주유소에 공급해 왔다.
삼성토탈의 알뜰 주유소 완제품 공급은 유통구조가 바뀌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삼성토탈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알뜰 주유소를 통해 휘발유를 공급하기 시작했는 데 이미 이 분야에서 점유율이 2012년 말 7%에서 지난해 말 기준 31%을 기록하며 국내 석유시장에서 막강한 파워를 갖춰나가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는 부정적 지적에도 불구하고 기름값 인하로 이어지면서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여기에 국내 정유사까지 가세하면서 현재 주유소 숫자가 1,000개를 돌파한 상태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삼성토탈이 반제품 공급 당시에는 석유공사에 완제품 제조에 따른 추가 비용을 지불 해야 했다"며 "삼성토탈이 완제품을 공급한다는 것은 바꿔 말해 추가 비용 지불 없이 현재보다 더 싼 값에 휘발유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토탈은 완제품 공급과 더불어 가격 인하 등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토탈은 더 나아가 올 하반기에 경유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완공 예정인 제 2 파라자일렌 공장은 경유분리 설비와 탈황 설비를 갖춰 석유화학 부산물로 휘발유를 비롯해 경유 생산도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경유 생산 규모는 약 100만톤 규모로 이 중 일부는 수출하고, 나머지는 국내에 공급한다는 것이 토탈의 전략이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토탈이 경유를 국내에 어느 정도 팔지가 최대 관건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삼성토탈은 물류 인프라 확보를 위해 송유관공사의 지분 매입도 추진 중이다.
삼성토탈은 이미 대한석유협회에 제5 회원사 등록 가입 신청을 한 상태다. 대한석유협회는 이번 달 중으로 총회를 열어 삼성토탈의 가입 여부를 심사, 결정한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뜰주유소 등장으로 인한 삼성토탈의 정유업 진출 가속화는 요지부동이던 정유사 간 시장 점유율에도 변동을 가져오는 등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기름값 안정과 더불어 기존 주유소 업계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정유업계의 삼성토탈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토탈의 정유업 행보 가속화가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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