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등기이사 ‘임기시차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사 임기 시차제란 등기이사들의 임기를 서로 달리해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나선 기업사냥꾼이 한꺼번에 이사를 교체하는 것을 막는 경영권 방어 전략이다. 기아자동차는 17일 정기주총을 열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또 조남홍 사장과 김치웅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건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각각 신규 선임했다. 나머지 조동성 서울대 교수, 김종창 회계사, 정종암 연세대 명예교수, 최열 환경재단 대표를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기아차는 이사 선임에서 각 이사들의 이사만료일을 분산하는 ‘임기시차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대주주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과 신건수 신임 사외이사는 3년, 조남홍, 김종창, 정종암이사는 2년, 김치웅, 조동성, 최열 이사는 1년의 임기를 적용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3년마다 이사 9명의 임기가 한꺼번에 만료돼 경영의 연속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임기 만료시기를 분산시켰다”면서 “내년부터 선임되는 이사의 임기는 다시 3년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두산도 이날 주총에서 이사 임기시차제를 도입해 적대적 M&A 방어책을 세웠다. 이에 앞서 현대백화점는 지난해 기업 사냥꾼이 이사진을 한꺼번에 교체해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사 임기시차제를 도입했으며 현대차도 지난 98년 현재 기아차와 같은 방식으로 이사진을 1~3그룹으로 나눠 임기를 적용했다. 당시 1그룹(1년)에는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등이 3그룹(3년)에는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등이 선임됐었다. 대기업들이 이사 임기시차제를 도입하는 것은 기업 사냥꾼의 이사회 장악을 지연시키기 위한 방어 전략이다. 주요 경영진이 한꺼번에 임기가 만료될 경우 적대적M&A 위험에 그대로 노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월 SK㈜의 경우 최태원 회장과 유정준 전무 등 주요 경영진의 임기가 한꺼번에 만료되며 소버린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235개사와 코스닥시장의 155개사 등 총 390개사가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LG는 큰 이슈 없이 일사천리로 주총이 진행되며 12분만에 재무제표 승인, 임원 재선임, 전년과 동일한 95억원의 임원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강유식 ㈜LG 부회장은 “올해도 고객과 주주의 만족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회사의 체질개선과 ㈜LG 차원의 신규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이사보수 한도를 대폭 늘리기도 했다. GS건설이 전년보다 20억원 늘어난 100억원, 현대백화점이 30억원 늘린 75억원으로 늘렸다. 또 제3자 매각 예정인 대우건설도 이사보수한도를 1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올렸다. 최근 교직원공제회의 부적절한 투자 의혹을 받았던 영남제분은 일부 주주들의 항의로 재무제표 승인건과 이사회 선임건을 어렵사리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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