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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기부통해 금융소외층 위한 책임을
자활기능 높이기 위해 컨설팅 제공도 필요 서민금융硏·특수銀 설립 등 인프라 구축
중간신용 계층 역차별 해소 방안 고민해야 참석자: 김장호 금융감독원 중소서민금융업서비스본부장, 이건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최임걸 하나은행 수석부행장, 홍성표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가나다순> 사회: 김형기 서울경제신문 부국장 겸 금융부장 "은행은 사회적 책임을 갖고 서민금융을 지원하고 정부는 단기 대응이나 처방이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서울경제신문이 기획시리즈 '금융, 서민으로 향하라'를 마무리하는 좌담회에서 김장호 금융감독원 중소서민금융업서비스본부장과 이건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최임걸 하나은행 수석부행장, 홍성표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등 전문가들은 서민금융에 대한 금융권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서민금융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용평가 모델과 데이터베이스 구축, 기금 마련, 체계적인 연구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시행되고 있는 미소금융이나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상품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중간 신용등급 계층에 대한 금융 역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구조적 해법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사회=금융시장에서 양질의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고객과 그렇지 못한 고객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금융권도 금융시장의 양극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실태는 어떻습니까. ▦홍성표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신용회복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찾는 사람은 극빈층과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대부분입니다. 지금까지 350만명가량 상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금융채무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금융 부문으로 받는 고통의 스펙트럼도 다양할 것 같은데요. ▦홍 위원장=그렇습니다. 이럴 때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절실히 느끼게 되는 안타까운 사례도 부지기수입니다. 저신용자들은 제도권에서 지원 받을 수 없다 보니 대부업체를 찾게 되고 고금리에 몰려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마저도 견디지를 못하고 법원에 가서 파산을 신청하지요. 고작 200만~300만원 때문에 자살하거나 가정파탄에 이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회=서민금융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곳은 사실 금융기관이라고 봅니다. 지금도 미소금융이나 햇살론 등 많은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성과는 어떻습니까. ▦최임걸 하나은행 부행장=미리 말씀 드리자면 우리나라 서민금융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최근에야 위원회를 비롯해 전국민이 관심을 갖게 됐지요. 현재 소득이나 자금용도 등 자격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을 찾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재래시장을 예로 들면 하나은행 500개 지점장에게 2명씩만 찾아보자고 했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새희망홀씨대출을 미리 준비해 지난 8일 내놨지만 자격기준에 드는 고객이 예상보다 적었습니다. ▦사회=운용방식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요. 해외는 서민금융과 관련해 지원방식이나 접근시각도 다를 것 같은데요. ▦이건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해외에서는 정책적으로 저신용 계층을 지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민간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요. 널리 알려진 그라민뱅크(방글라데시 빈민구제 목적으로 설립된 사회적 금융기업으로 소액대출의 원조)가 있지만 순수한 금융기관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5명씩 단위로 묶어 돈을 빌려주고 연대책임 아래 소득창출 행위를 하면서 갚도록 하는 방식이어서 우리나라의 미소금융과는 성격이 다소 다릅니다. ▦사회=은행에 대한 사회적 기대수준에 부응해 저신용 계층까지 고객으로 흡수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도 커졌습니다. ▦김장호 금융감독원 중소서민금융업서비스본부장=양극화 측면에서는 사회만 양극화되는 게 아니라 금융도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저금리 시대라지만 이자율 10~20%이나 20~30%를 찾아보기 어렵지요. 저신용자를 고금리로 몰아내다 보니 그들을 끌어안을 시스템이 없다는 점을 공감합니다. ▦사회=은행이 다양한 고객층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얘기로 들립니다만. ▦김 본부장=정치권에서도 얘기하지만 기업과 은행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고객층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다 책임질 수는 없지요. 이제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틈새를 메워줘야 합니다. 은행에는 분명 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라이선스를 부여하면서 진입규제를 마련한 것입니다. 결국 독점적인 이익을 누리고 있는 만큼 사회적 기부를 통해 금융 소외층을 위한 의무를 져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시기가 됐습니다. ▦사회=한마디로 은행권의 수익을 나눠야 되지 않느냐는 요구인데 은행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최 부행장=그렇지는 않습니다. 은행도 사회적 책임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위기마다 국민의 지원이 있었던 만큼 금융 양극화 문제를 어느 정도 풀어낼 주체가 금융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임을 지고 지원했을 때 저신용자나 금융 소외자에게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돈을 빌려줘 생활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지 않습니까. ▦사회=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최 부행장=금융지원뿐 아니고 자활기능을 높이기 위해 컨설팅이나 자문을 하고 각종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하나은행에서는 봉사단도 조직해 이 같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 자금지원에서 벗어나 복합지원이 이뤄질 수 있어야 자활능력을 키울 것입니다. ▦사회=이야기가 한계 저신용 계층으로 몰렸군요. 최근에는 정부나 금융권이 서민금융에만 관심을 쏟다 보니 오히려 중간계층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최 부행장=구조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은행권은 우량고객이나 기업체 위주로 영업한 게 사실입니다. 신용이 낮은 저신용자에게는 2금융권의 저축은행이나 상호신용금고 등이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최근 중간계층이 소외된다는 지적에 대해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1금융권에서 중간계층을 담당하게 되면 캐피털이나 신용금고ㆍ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역할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사회=현재의 금융시장 시스템으로는 불가항력이라는 말씀인데요. (금융 서비스의) 한계선상에 있는 중간계층 신용자들 역시 한 발짝만 삐긋하면 줄줄이 바닥으로 미끄러지는 상황에 있는 게 아닌지요. ▦홍 위원장=그렇습니다. 위원회를 찾는 분들을 살펴보면 이들도 일단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다가 어느 정도 차면 2금융권으로 내려오고 카드론도 쓰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연체가 3개월을 넘기면 모든 금융서비스가 올 스톱(all stop)됩니다. 그때부터 연체이자가 빠르게 늘면서 악순환에 빠지지요. 헤어날 길이 없어 포기하는 순간이 되면 파산하든가 위원회를 찾아옵니다. 아직까지 200만명에 이르는 금융채무불이행자 가운데 포기하는 심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신용불량자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지원도 중요하지만 신용불량자를 다시 일상으로 끌어올리는 도움도 필요합니다. ▦사회=시각을 돌려보면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도 접점만 잘 찾으면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는 게 아닙니까. ▦이 교수=서민금융은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과는 맞지 않습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신용등급 8~9등급의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기관이 아니죠. 은행이 사회적 책임 때문에 그들을 지원하는 것은 좋지만 비즈니스 모델과 전혀 맞지 않은 시장에 나서라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차라리 현재 경계선상에 있는 6~7등급 고객을 어떻게 잘 선별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 다음에 경계를 벗어나는 고객은 서민금융기관에서 담당해야 하는 것이 맞는 수순이라고 믿습니다. ▦사회=중간 신용등급 계층에 대해서는 서민금융이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요. ▦이 교수=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 하나는 서민금융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만한 노하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일부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에 40~50%의 높은 금리를 내더라도 돈을 쓰겠다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20%를 제시하면서 중간계층을 끌어안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얘기죠.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아예 높은 금리 붙여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편하니까요. ▦김 본부장=정부도 중간계층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햇살론 대상은 주로 6등급이고 새희망홀씨는 5등급까지 올라와 있지만 은행 입장에 맞춘 시장평가 모델은 없습니다. 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개인 신용관리나 재무관리에 대한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금만 잘못하면 신용불량자로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학습할 만한 장치를 곳곳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사회=한계에 놓여 있던 사람을 많이 접한 위원회 입장에서는 제도적인 보강 포인트가 많이 보일텐데요. ▦홍 위원장=많지요. 위원회를 찾는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금융권의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업체와 연결되면 불가능해집니다. 40~50% 이자를 내야 하는 채무가 그대로 남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해주면 되겠지만 이를 위한 기금이나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계선상에 있는 저신용자에게 개개의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처방을 내릴 필요가 있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시각에서는 지금쯤 서민금융 지원대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이 교수=그 부분에 대해서 저도 한 말씀 드리지요. 문제는 누가 종합적으로 보고 정리해서 일관된 정책을 도출해내느냐겠지요. 결국 정부가 나서야 겠지만 쉽지 않습니다. 제대로 틀을 잡고 체계를 갖추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그때그때 막힌 곳을 뚫을 방법이 급하다 보니 시장구조가 자체를 개선할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조금 더 차분하게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금융시스템이 어떻게 가야 할지를 정부가 중심을 잡고 하나의 큰 정책 그림을 그렸으면 합니다. ▦김 본부장=아이구…. 문제와 해법은 항상 정부로 가게 돼있습니다만 금융당국의 고민은 사회적인 안전망과 시장경제와의 접점을 어떻게 찾느냐는 것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금융 피해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대응해왔는데 이제는 사회안전망과 시장경제 균형점을 찾기 위해 전체적인 틀을 마련하는 데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민금융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인식하고 있지만 조급하게 갈 수는 없습니다. 아쉽겠지만 이러한 이슈를 던지는 것 자체도 첫출발로서는 의미 있다고 봅니다. ▦사회=결론을 내기 힘든 주제를 놓고 장시간 좋은 말씀들을 들었습니다. 좌담을 마치면서 한마디씩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교수=정부는 서민금융 정책을 긴 호흡으로 봐야 합니다.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서민금융 정책을 마련할 만한 역량을 축적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지요. 일례로 우리나라에는 서민금융연구소가 없습니다. 각 금융회사나 기업들은 경영ㆍ경제연구소를 갖고 있지만 서민금융을 연구하는 전문가는 극소수입니다. 앞으로 10~20년 동안 서민금융이 상당히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인데 이를 체계적으로 들여다보고 데이터를 축적해서 정책기반을 다질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홍 위원장=그동안 서민금융상품은 수요자 입장이 아니라 공급자 입장에서 만들어져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상이 중복되는 경우도 있고 누락되는 부분도 있었지요. 체계적이면서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연구소나 특수은행을 설립하는 것도 고려할 만합니다. ▦최 부행장=서민금융에 대한 1금융권의 역할과 책임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서민금융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지 못했기 때문에 휴면예금 등을 출연해 미소금융재단에 맡겨버린 측면도 있습니다. 은행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사회적인 고통해소에 동참하겠습니다. ▦김 본부장=서민금융 문제는 사회 안전망과 시장경제 작동 사이의 결과물입니다. 금융이 중요한 사회적 자원이지만 자원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균등하게 배분하려면 금융 소외층에도 신경을 써야겠지요. 금융당국도 지난 1년간 쏟아져나온 서민금융상품을 보완하는 한편 중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해 제대로 서민금융의 모습이 나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원스톱 체계 구축 가능 서울경제신문이 '금융, 서민으로 향하라' 시리즈 첫회(11월8일자)에서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제기한 '은행의 저축은행 인수'에 대해 금융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은행이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두면 미소금융이나 햇살론과 같은 서민금융 상품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자에게도 금융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원스톱 체계를 갖출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김장호 금융감독원 중소서민금융업서비스본부장은 "은행이 자회사와 연계해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원스톱 서비스 모형을 세울 수 있으면 서민금융 대상을 확대할 수 있고 사회적인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저축은행의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1인 대주주 체제에서 발생하는 오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면서 "지배구조를 제대로 갖추면 공적자금 같은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건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일본 은행을 사례로 제시하면서 은행이 합작사 형태로 대부업에도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담보대출에 의존하던 일본의 은행은 대부업체와 합작해 자회사를 세워 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은행이 본연의 비즈니스 모델과 맞지 않은 시장에 나서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서민금융기관을 인수하도록 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은행 입장에서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는 전제를 뒀다. 최임걸 하나은행 수석부행장은 "은행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오피니언 리더나 고객이 레퓨테이션(명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아직 용납하는 분위기가 아닌 만큼 공감대가 형성되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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