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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롭게 죽자" 충동이 자살 부추겨
입력2004-04-29 00:00:00
수정
2004.04.29 00:00:00
홍준석 기자
수뢰ㆍ인사청탁 등의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거나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은 사회지도층 유명인사들이 심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잇따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명인사들이 일반인에 비해 사회ㆍ정치적인 책임을 한층 무겁 게 느끼고 있고 한순간의 실수로 자신의 업적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게 두려운 나머지 ‘명예롭게 죽자’는 순간적인 충동으로 잇따라 목숨을 끊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들어 박태영 전남지사의 투신자살 이전에도 남상국(59) 전 대우건설 사장, 안상영(64) 부산시장이 각각 인사청탁과 뇌물수수에 쏟아지는 사회적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전에도 지난 99년 김기삼 조선대 총장이 학교 운영비리와 관련해 아파 트에서 투신 자살했고 지난해 8월에는 현대 비자금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이 투신해 숨져 전국민을 충격으로 몰아 넣기도 했다.
대선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영일 의원은 27일 결심공판에서“구구한 변명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구치소에서 이 나이에 더 살아서 무엇하나 생각하면서 안 시장의 용기를 부러워하며 하루에도 여 러 번 자결충동을 느꼈다”고 최후진술하기도 했다.
저명인사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신의 명예와자존심이 검찰의 수사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견디 지 못한 충동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유명인사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명예가 실추될 경우 허망함과 억울함이 겹쳐 충동적으로 목숨을 끊을 수 있다”며“사회적으로 자살빈도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이에 대한 언론보도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모방자살의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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