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뭔지도 모른 채 골프장으로 발령을 받았지만 지금은 늘 창조적으로 뭔가 새롭게 만들어가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냅니다.” 지난 2월 경기 여주의 27홀 골프장인 여주CC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이정호(52ㆍ사진)사장은 골프장 운영 경력 15년차에 골프 구력은 14년차다. 클럽을 잡아 본 적도 없는 상황에서 골프장 임원이 됐기 때문이다. 74년 한솔 제지에 입사했던 그는 93년 12월 골프장으로 일터를 옮겼다. “당시 한솔이 리조트사업에 진출하면서 클럽700CC(현재 블루헤런GC)을 인수했는데 마땅한 전문가가 없다며 나를 지목했다”는 것이 이정호 사장의 회고다. “전공이 임학인데다 조림이나 조경 업무도 했고 본사와 공장, 사무소 등 다양한 일을 두루 했던 경험이 작용한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 갑자기 맡은 생소한 일은 “한 2년 동안 4시간이나 잤을까”싶게 그를 몰아 붙였다. ‘천성이 원체 적극적이다 보니’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을 스스로 만들어냈던 것. 골프채를 잡은 것은 골프장에서 일한 지 6개월여가 지난 94년 여름부터였다. 적극적인 그의 성격은 골프 기량에서도 빛을 발해 지금은 “잘 못 친다”면서도 평소 스코어를 “80대 중반”이라고 말할 만큼의 실력자가 됐다. 그렇게 시작한 그의 골프 인생은 2000년까지 클럽 700CC에서 펼쳐졌고 이후 한솔의 또 다른 골프장 오크밸리CC에 총지배인으로 갔다가 2002년 하이트개발㈜에 팔려 ‘블루헤런GC’로 이름을 바꾼 클럽700에 대표이사로 돌아 오면서 무르익었다. 지난 2월 여주CC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것은 농익은 그의 골프장 운영 노하우를 활짝 꽃피우기 위해서다. “개장 32년 된 여주 골프장은 솔직히 코스나 시설 모든 면에서 낙후돼 있다”는 그는 “새로 만든다는 각오로 이미 큰 그림을 그려냈고 최근에는 카트 도로를 넓혔으며 7월에는 승용 카트를 도입하고 조경이나 티잉 그라운드 공사를 할 예정”이라며 할 일들을 줄줄 풀어냈다. 말투에는 현장의 땀방울에서 기쁨을 찾는 신명이 묻어 났다. “틀에 박히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 시작하는 일이라 재미난다”는 이 사장은 “골프장 업계는 치열한 경쟁시대로 접어들고 있지만 여주CC의 특색을 부각시켜 반드시 명문클럽으로 변모시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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