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합작을 통해 추진 중이던 셰일가스 기반의 석유화학공장 합작공장(에탄크래커) 공장 설립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셰일가스의 원가경쟁력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17일 한화케미칼의 한 고위 관계자는 "셰일가스의 원가경쟁력도 떨어질 것으로 보이고 합작을 준비하던 미국회사와의 세부 협상조건도 안 맞아 공장설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부터 루이지애나 지역에서 셰일가스전을 보유한 기업과 에탄분해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최근 합작 파트너가 자사에만 유리한 계약조건을 내걸어 합작회사 설립에 난항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케미칼 입장에서는 사우디와 이라크 등 중동에서도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는 만큼 불리한 조건으로 급하게 합작회사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현재 엑슨모빌 등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이 대거 미국에 진출하고 있는 만큼 합작사가 제품을 생산하게 될 2017년께가 되면 셰일가스 시추비용에 따른 원가도 1.5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여 한화케미칼로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셰일가스는 국내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지난달 초 미국 엑시올과 합작계약을 체결하며 가세했다. 글로벌 석유화학기업들이 미국에 대대적인 생산시설 증설에 나서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일가스 사업에 대해 아예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셰일가스사업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에탄크래커 공장설립 추진을 원점에서 재검토함에 따라 한화케미칼은 이라크와 사우디 등 중동시장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케미칼은 현재 이라크 정부와 현지에 에탄가스를 활용한 에틸렌 생산설비(크래킹 센터)와 석유화학제품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투자사업 의향서(LOI)를 체결한 상태이며 사우디 아라비아의 민간 석유화학회사인 시프켐과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인 IPC가 올해 1·4분기 내로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장밋빛 일색이었던 셰일가스 전망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셰일가스에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이 함께 제기되고 있어 기업의 입장에서도 의사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2월 미국의 석유화학 기업인 엑시올과 50대50의 지분 비율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에탄크래커 플랜트를 건설하는 합작사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기본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셰일가스 기반의 저가 에탄올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이 있는 에틸렌을 연간 100만톤 생산해 이 중 50%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종합화학 역시 미국 업체와 세부 조건 등을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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