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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은 기업의 핵심 역량

■ 영혼이 있는 기업 데이비드 뱃스톤 지음/ 거름 펴냄 한국 기업들의 `천민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반세기가 지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아직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 좀 번다 싶은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종업원, 주주들을 따돌리고 이익을 독점할까 끊임없이 궁리하고 있는 듯하다. 오너들은 의례 회사의 재산을 개인이나 친인척 명의로 빼돌려 놓고, 그것도 모자라 아예 함량미달의 친인척들을 이사회 이사로 버젓이 앉히기도 한다. 아직 법이 정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무원들과 한 통속이 돼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도 태연히 콧방귀만 뀌는 기업들도 많다. 또 선거철만 되면 입으로는 불법 정치자금은 일체 제공하지 않는다고 큰소리 치지만 나중에 사건이 터지면 다 그런 것 아니냐는 식으로 입을 씻으려 든다. 큰 기업만 그런 것이 아니고 지방의 작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도 여기서 더 하면 더했지 결코 뒤지지 않는다. 목숨을 건 노동자의 투쟁은 나 몰라라 하고 전국 여러 공단의 중소업체 사장들은 멋대가리도 없는 박스형의 검은 세단을 굴리면서 별 개폼을 다 잡는다. 이러고도 경제가 안좋느니, 주가가 올라야 하느니 하며 마치 한국 경제를 누구보다 걱정하는 듯한 언변으로 주위를 속이고 스스로를 위장한다. 이번에 나온 책 `영혼이 있는 기업(Saving The Corporate Soul)`의 저자인 데이비드 뱃스톤은 100년이상 장수하며 존경받는 기업들에는 이익을 내는 기술이나 브랜드이외에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는 윤리적인 기반이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로서의 윤리경영은 기업 성과를 저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투명경영과 신뢰경영을 통해 기업의 장기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핵심역량이 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미국 기업전문지 `비즈니스 2.0`의 창립 편집자로서 기술 및 기업 윤리에 관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21세기에도 기업들이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해 주변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저자가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윤리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부가가치가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2~3배나 높고 주주들의 이익도 2배이상 많다는 여러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에 근거한다. 여기에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등 국제기구들이 기업들의 회계부정과 부패가 불공정한 경쟁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이를 통제하기 위한 국가간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도 또 한가지 이유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의 컨설팅업체 타워스 페린이 윤리경영으로 신뢰를 얻고 있는 사우스웨스턴 항공, 존슨앤 존슨, 프록터 앤 갬블과 같은 25개 업체들의 과거 15년간의 주주배당률을 조사한 결과 43%나 된 데 반해 보통 기업들의 그것은 이의 절반도 안되는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 종업원들이 어느 기업에 투자하고 어느 기업에 헌신하려 할 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저자는 특히 윤리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들의 사원들은 자기가 기만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사기가 떨어져 근무의욕을 잃고 회사를 떠나려 하는 경향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무려 6배나 더 높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무엇이 윤리경영이고 어떻게 윤리경영을 실천해야 하는지를 8개의 장을 통해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기업 경영진은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회사의 종업원, 주주들의 이해관계와 일치시키고, 가급적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은 분리시켜라 ▲기업 경영의 내용은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경영진들은 경영활동에 대해 책임을 져라 ▲기업은 스스로 시장의 일부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부이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생활터전임을 자각하라 ▲기업은 자사의 제품을 정직하게 홍보하고 거래상의 이해관계를 넘어 소비자들을 존중하라 ▲기업은 사원을 단순히 피고용인이 아니라 조직을 구성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소중한 인재로 여겨라 ▲기업은 환경을 소중한 자산으로 간주하고 환경보호에 대해 책임을 져라 ▲기업은 사원, 고객, 거래업체와의 관계에 있어서 균형, 다양성, 공정성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라 ▲기업은 국제 교역에 있어서 상대국의 노동자와 국민들의 권리와 삶의 방식을 존중하라. 저자는 결론적으로 “앞으로 기업들은 상품을 생산하는 기술이나 브랜드외에 도덕적인 판단기준인`영혼`을 가져야만 진정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경영자들이 윤리적인 원칙과 소신이 경영성과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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