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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과 국가경쟁력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발달한 미국은 정부 근로자를 뺀 민간 부문 근로자의 노조조직률이 10%를 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한때 노동운동이 인권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막강한 전국 노조가 정치와 경제를 휘어잡은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80년대 이후 미국에서 노동운동은 힘을 잃었고 지금은 조직 유지에 급급한 형편이다. 미국에서 노동운동이 약화된 이유를 몇가지 들 수 있다. 첫째, 80년대 미국경제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의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며 국제경쟁력이 심각하게 저하됐을 때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노동운동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노조의 임금인상 압력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미국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저하시켰다는 인식으로 인해 노조에 대한 국민적 이미지가 나빠졌고 노조조직률이 급속히 하락했다. 둘째, 세계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노조가 더 이상 한 국가의 조직으로 머물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세력은 어느 나라에서든 국수주의적 성향을 띤다. 하지만 세계화가 확산되고 경제의 국경이 없어지면서 무역장벽의 혜택을 향유하던 제조업 중심의 노동조합은 세력기반을 상실했다. 노동조합은 세계화와 개방에 가장 반발하는 조직이 됐지만 경제의 세계화는 저지할 수 없는 불가피한 현실이 됐다. 세계화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은 기업의 경쟁력을 신장시키는 일이다. 한국이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의 효율성과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한국경제는 지난 5년간 기업경영의 질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이런 노력은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해외투자가들이 한국에 투자할 만하다고 여기는 여건을 형성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노동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그동안의 성과에 반하는, 무언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노동계의 거친 목소리가 자주 터져 나오고 가두시위도 하더니 요즘에는 주5일 근무제가 크게 공론화되고 있다. 주5일 근무제는 금융계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고 이를 기업에 확대시키는 문제로 논의가 분분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임금삭감이나 휴일축소 등 근로조건의 조정 없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실질임금 인상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료를 인용하면 주5일제를 시행할 경우 정상휴일ㆍ법정공휴일ㆍ근속연수에 따른 연월차 휴일 등을 모두 합쳐 우리나라의 휴일수는 일본 수준을 초과하고 다른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많아진다고 한다. 과연 한국기업이 이런 여건하에서 어떻게 세계경쟁력을 유지하고 존립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우리나라의 법정공휴일은 17일로 돼 있는데 이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것이며 미국의 법정공휴일이 11일임을 감안하면 실상이 쉽게 이해된다. 한국기업들은 그동안 경영의 투명성도 상당히 확보하고 효율성도 많이 개선시켰다. 따라서 노동의 효율성만 높이면 기업은 높은 이윤을 낼 수 있고 해외투자도 많이 유치할 수 있다. 기업이 이윤을 내야 근로자에게 임금도 지급하고, 투자가에 대한 배당도 주고, 미래를 위한 투자도 가능한 것이다. 경쟁력 약화로 존립의 위협에 맞서 사투하는 기업인, 특히 중소 제조업체 기업인들을 보면서 안쓰러울 때가 많다. 노동계는 오랫동안 피땀으로 기반을 다져온 국내 터전을 버리고 낯설고 장래를 예측할 수 없는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사업을 옮기는 기업인의 고뇌를 생각해야 한다. 근로자는 이익을 나누는 문제만 생각하지 말고 경영진, 즉 기업과 모든 것을 함께 하면서 좋은 일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려는 동반자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기업주만 배 부르고 근로자는 착취당하는 현실은 지난 5년간 거의 개선됐다고 보아야 하질 않는가.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노동운동이 약화됐지만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한 근로자 그룹과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경영진의 노력이 합쳐져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을 형성했고 그 덕분에 90년대의 장기호황도 가능했다. 국가경제의 경쟁력 강화와 기업의 생존을 위해 근로자나 사용자 모두가 자신의 권리와 입장을 양보하는 살신성인의 자세가 오늘날 미국경제의 토대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고 기업경영 여건이 개선돼 세계경쟁력을 갖게 될 때 주5일제를 비롯한 근로시간 단축문제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산업공동화가 우려되는 시점에 이를 촉진하거나 부추기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다. 우리는 아직 일할 기회가 있을 때 더 많이 일을 해서 미래의 가능성을 키워가야 할 때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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