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브루킹스 재단으로 만들 것”
조창걸(76·사진) 한샘 명예회장이 ‘한샘드뷰(DBEW)연구재단’에 사재 4,500억원을 기부하기로 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한샘 주식 535만여주 가운데 260만주(25일 종가 기준으로 4,576억원 규모)를 기부할 예정인데 26일 우선 60만주(1,056억원)를 재단에 출연했다. 조 회장은 1970년 한샘을 창업하고 국내 1위의 종합 홈인테리어 전문 기업으로 키워냈으며 현재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를 육성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한샘드뷰연구재단은 2012년 조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설립한 공익 법인이다. 지금까지는 소규모로 장학사업과 국내·외 연구비 지원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이번 조 회장의 통 큰 기부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미래 전략을 만들고 리더를 육성하는 ‘씽크탱크’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 재단의 이름은 한샘의 디자인 철학인 ‘동·서양을 넘어선 디자인(DBEW·Design Beyond East&West)’에서 따온 것이다.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한국 주변의 세계적인 강국들 속에서 세계의 변화를 예측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한국이 미래 세계의 주역이 되도록 전략을 연구하기 위한 취지로 설립됐다.
조 회장은 한일합방과 남북분단, 6·25전쟁 등 우리나라에 발생한 비극이 미래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이를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우리나라가 강대국들을 조정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해왔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고급인재들이 공직에서 임기를 마치면 씽크탱크에서 국가 발전을 위한 전략을 만들고 이를 실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기능을 하는 재단이 없다는 생각에 이번 기부를 결정하게 됐다. 한샘드뷰연구재단은 조 회장의 이번 기부를 통해 한국의 ‘브루킹스(Brookings) 재단’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재단 관계자는 “제1·2차 세계 대전 후 황폐화한 세계를 재건하기 위한 마셜플랜이 미국의 브루킹스 재단에 의해서 처음 만들어지고 실행됨으로써 세계가 정상화됐다”며 “이같은 미래 전략을 만들어 내는 씽크탱크들이 선진국에는 수백·수천 개가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제대로 역할을 하는 재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한샘드뷰연구재단은 우리나라가 미래 세계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토론하고 이 속에서 미래 리더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샘드뷰연구재단이 앞으로 연구할 구체적인 내용은 동·서양의 가치를 융합한 새로운 문명 창조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사고의 전환, 디지털 기술의 선용(善用), 중국의 격변과 동아시아 생활방식의 창조 등 미래 발전 4대 과제다. 또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자 육성,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창조적 산업 발굴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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