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판매 보조금의 차별을 막기 위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을 80여일 앞둔 가운데, 정부가 보조금 상한선을 얼마로 할 것인지를 두고 막판 고심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8일 사전 미팅,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조금 상한을 정하는 고시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보조금, 상향·하향 요인 팽팽= 단통법은 보조금 상한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가입자 평균 예상이익과 △통신시장 경쟁 상황 △휴대폰 판매 현황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중 가장 중요한 항목은 가입자 평균 예상이익. 방통위는 지난 2010년 현행 27만원인 보조금 상한을 정할 때도 이 항목을 기준으로 삼았다. 당시 이통 3사의 가입자 평균 예상이익은 24만3,000원. 방통위는 이 숫자에 제조사 장려금을 더해 상한을 27만원으로 정했다. 이보다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면 다른 가입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다.
최근 들어 상황이 변했다. 방통위가 최근 2~3년간 자료를 기준으로 산정한 결과, 이통 3사의 가입자 평균 예상이익은 2010년 때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입자 평균 예상이익만 보면 상한선을 내려야 하는 셈이다. 통신시장 경쟁상황도 '하향' 쪽이다. 보조금 경쟁 대신 요금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항목인데, 요금경쟁을 위해선 보조금 상한을 내려야 한다.
반면 휴대폰 판매현황은 보조금 상한 인상쪽에 무게를 실어준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휴대폰 출고가격이 높아졌고, 이통사와 제조사가 실제 지급하는 보조금도 보조금 상한을 훌쩍 웃도는 40~5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보조금 상한 30만원 안팎 정액제 유력= 단통법 취지대로라면 인하 요인은 2개, 인상요인은 1개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보조금 상한선이 지금보다 약간 높아진 30~35만원 선에서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관측한다. 높아진 휴대폰 출고가를 감안해 보조금 상한선을 올려야 되지만 보조금보다는 요금경쟁을 유도한다는 단통법 취지에 맞게 인상폭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일부에서는 30만원을 기준으로 일정 범위의 보조금 상한을 고시에 규정한 뒤, 방통위가 시장 상황에 따라 보조금 상한을 조절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럴 경우, 휴대폰을 살 때마다 보조금 상한이 달라지면서 소비자 차별이 발생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부작용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
보조금 상한은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는 정액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소비자가 실제로 받는 보조금은 요금제에 따라 결정된다. 이른바 '요금 정률제'다. 가령 보조금 상한이 30만원일 경우 7~8만원대의 고가 요금제는 30만원 전액을 받지만, 5~6만원 요금대 고객은 20만원을 받는 식이다.
강병민 경희대 교수는 "보조금은 휴대폰을 자주 바꾸는 일부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반면 요금인하는 모든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며 "요금경쟁을 위해선 보조금 상한을 지금보다 크게 높이지 않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