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가격경쟁 치열해진다 내년 4월 주유소 소비자가격 인터넷 공개휘발유 최고100원 할인등 '가격파괴' 불붙을듯정유사 공급가에도 압박… 직·간접적 인하 가능성일부 "정부 의도만큼 실제 효과 크지않을것" 의견도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경기도 분당에 사는 김은경(28ㆍ여)씨는 요즘 어지간히 급한 상황이 아니면 분당에선 자동차에 기름을 넣지 않는다. 김씨는 “분당지역은 주유소 간의 가격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라면서 “다른 지역을 다니다가 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발견하면 탱크를 가득 채우곤 한다”고 말했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한푼이라도 더 기름값을 아끼기 위한 ‘유(油)테크’가 운전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자원부는 최근 고유가 대책으로 내년 4월부터 전국 주유소의 소비자 가격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 봄부터 일선 주유소 간의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정유사의 출고가격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비자 가격이 정부의 기대만큼 떨어질지 여부. ◇ 주유소 가격경쟁 막올랐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www.petronet.co.kr)에 따르면 5개 정유사의 공장 출고가(9월말 기준)는 휘발유가 ℓ당 1,415원, 경유 1,220원이다. 이에 반해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는 휘발유가 ℓ당 1,539원, 경유 1,295원이다. 일단 주유소들이 휘발유에서 ℓ당 124원(마진율 8.1%), 경유에서 75원(5.8%)을 각각 남기고 기름을 판다는 계산이 나온다. 생각보다 마진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주유소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촉비와 마케팅비가 계속 늘어나 일선 주유소의 경기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강남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48)씨는 “한 달에 9억원 매출을 올려 5,000만~6,000만 원 정도를 남긴다”며 “하지만 인건비나 판촉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토지 등 자산에 대한 보상이 없는 상황이라 주유소 부지에 아예 건물을 올리는 등 달리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국에 50개 이상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대성산업은 현재 서울 구의동, 제기동, 청량리 및 인천, 경기도 의정부와 일산 주유소에서 이미 휘발유 기준 ℓ당 최고 100원선까지 가격파괴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대성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차를 타고 가다 가격표를 먼저 확인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기름값을 낮춰 박리다매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S-OiL 관계자는 “기름값은 지역별로 싸게 파는 주유소의 가격 수준으로 하향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국지적으로는 사실상 현재도 기름값이 오픈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정유사도 가격경쟁 뛰어들까 이런 상황에서 내년 산자부의 기름값 인터넷 공개를 계기로 일선 주유소 간의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선 주유소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유사들이 실제 공급가격을 내릴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또 이미 일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어느 정도 가격 공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주장과 달리 실제 기름값 인하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국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실효성이 적은 정책을 생색내기용으로 내놓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정유사의 1차 고객인 일선 주유소로부터 공급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몰려들 경우 전혀 외면하긴 힘들지 않겠냐“며 추가적인 가격 인하가능성을 시사했다. SK에너지도 “기름값 전면 공개로 주유소간 출혈경쟁이 심화될 경우 어떤 형태로든 정유사에도 적지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선 주유소들은 대체로 정유사의 공급가 인하에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정유사들 입장에선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주유소 간의 가격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듯한 입장을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대성 관계자는 “정유사가 주유소들의 요구에 응해 공급가를 내리기 시작하면 이는 결국 정유사 간의 가격 싸움으로 번지게 되는 것”이라며 “정유사들은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외상 규모 확대, 판촉비 지원, 마일리지 강화 등 우회적인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부에선 정유사들이 브랜드 이미지 강화와 서비스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설문 조사 결과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 때문에 특정 정유사 간판을 단 주유소를 찾는 고객도 많았다”면서 “주유소의 쾌적도나 서비스, 세차 용이성 등 가격 이외의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입력시간 : 2007/11/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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