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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날개’ 물류망을 확충하라/물류혁명

◎물동량 10년새 3∼4배 늘어도 SOC확충은 제자리 걸음/철도·도로·항만 등 심각한 동맥경화/서울∼부산 컨테이너 운송비 부산∼LA의 10배나/기업도 정부도 고물류비 외치며 정작 장기투자엔 소홀/구호차원 넘어 이젠 실천 나설때높은 물류비가 우리 경제의 목을 죄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국내 기업들이 물류비로 쏟아부은 돈은 71조원. 연간 국가예산과 맞먹는 액수다. 교통개발연구원은 지금같은 고물류비 실태가 지속된다면 오는 2001년까지 2백70조원이 길에 뿌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물류가 경제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그래서 재계와 학계에서는 고물류비가 우리 경제를 「고비용·저효율」에 빠뜨린 주범중의 하나라고 단언한다. 물류는 물자의 흐름이다. 숨통이 막히면 흐름이 메끄러울 수 없다. 불행히도 우리의 물류는 숨통이 막혀 있다.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턱없이 부족하고 질도 떨어지는 탓이다. 높은 물류비는 갈수록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더이상 뒷짐을 지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우리의 물류현황과 문제점, 정부의 정책방향과 추진상황을 진단해본다.<편집자주>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컨테이너 운송비는 부산에서 미국 로스엔젤레스까지 나르는 비용의 10배다. 우리의 고물류 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수치다. 기업들은 경영의 대표적 어려움으로 인건비·땅값 등 생산요소의 가격상승과 과다한 물류비를 꼽는다. 인건비나 땅값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가 곤란하지만 물류비는 노력에 따라 절감 효과가 큰 부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기업·학계 차원에서 물류 효율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물류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물류혁신을 위한 경영상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물류정책의 방향을 마련하고 주요 과제를 설정, 추진중이다. 학계도 물류에 관한 연구와 세미나, 저술활동을 꾸준히 펴고 있다. 물류에 대한 관심은 사실 때늦은 감이 있다. 이제는 막연히 물류혁신을 외치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정부·기업·학계가 함께 연구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실행단계로 돌입해야 할 시점이다. ▷현황과 문제점◁ 우리는 물류관련 시설·운영·제도 등 모든 측면에서 선진국보다 20년 이상의 격차가 있는 물류후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물류체계로는 세계무역기구(WTO)출범 등 국제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목표로 하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 건설교통부가 올해초 발표한 전국 물류센서스 결과를 보자. 우리나라 총물동량은 경제규모의 확대에 따라 지난 10년간 3.4배가 늘었다. 게다가 향후 10년 안에 2.5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물동량의 증가속도는 국내총생산(GDP)의 성장 속도를 웃도는 것이다. 순유동량 개념으로 추정된 연간 출하량은 95년에 10억2천만t이다. 산업별로는 광업이 18.5%, 제조업이 56.5%, 도매업이 18.4%, 창고업이 6.6%다. 수송 수단별로는 도로가 87%를 차지한다. 영업용 트럭수송이 전체의 53%이고 자가용 트럭이 34%, 해운이 6%, 철도가 6.1%, 항공이 0.1% 등이다. 그러나 이를 처리해야 할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은 부진하기 짝이 없다. 우리의 SOC 부문 경쟁력은 세계 48개국중 30위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있는 시설도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화물보다는 여객위주의 교통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물류비의 엄청난 증가를 보였다. 우리나라 국가 물류비는 지난 94년에 47조7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15.7%를 차지했다. 미국이 국내총생산의 7%, 일본이 11%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물류비 부담은 선진국에 비해 엄청난 수준이다. 물류비 중에 수송비가 72%를 차지해 절대적인 비율을 보이고 있다. 수송비 중에서는 도로 수송비가 65%에 이른다. 이는 물류문제중 가장 중요한 부문이 수송이며 수송 부문에 있어서도 도로에 극히 편중된 수송체계로 인해 많은 물류비가 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국도 기준 자동차 한대당 도로연장은 91년 13.6㎞에서 94년에는 9.97㎞로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자동차는 지난 86∼93년 사이에 25% 늘었지만 도로는 1.9% 증가하는데 그쳐 도로체증에 따른 혼잡비용이 93년말 현재 8조6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수출입 화물의 관문인 항만시설도 부족하다. 항만시설 확보율은 지난 88년 기준 80%였으나 지난해는 68%로 급락했다. 주요 항만의 하역 능력이 75년 1천8백78만t에서 95년 2억8천5백만t으로 15.2배가 증가한 데 비해 화물수송 실적은 62년 6백4만t에서 95년 5억3천8백만t으로 89배가 늘어 만성적인 체증을 빚고 있다. 철도는 중앙선·영동선·전라선 등 주요 노선이 용량 한계에 이르렀다. 철도의 수송분담율도 계속 떨어져 여객 및 화물이 각각 53%, 88%였으나 95년에는 23·7%, 18.2%로 곤두박질쳤다. 전국에 산재한 50여개의 화물터미널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를 방치하고서는 선진국 진입은 한낱 공허한 꿈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회간접자본은 눈앞의 수요보다는 20년 이상의 장기 수요를 예측하고 건설해야 한다. 그런데도 당국자들은 이 부분의 투자에 소홀했다. 10여년전 관리들의 근시안과 게으름때문에 우리는 지금 너무도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사회간접자본 부족 못지 않게 당국이나 기업의 준비 소홀도 물류비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물류는 제품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비용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국내 기업들의 물류관은 겉과 속이 다르다. 고물류비를 외치고 다니면서도 실제로 대비하는 기업은 드물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 물류 전담부서가 없는 기업이 46.9%이고 회계 처리상 물류비를 별도의 항목으로 산정하고 있지 않은 기업도 37.9%나 된다. ▷정책방향◁ 물류정책의 큰 틀은 3가지다. 화물터미널·유통단지·창고 등 물류 구성요소의 확충과 네트워크화, 물류기능의 정보화, 물류표준화가 그것이다. 정부는 물류의 중요성을 인식, 지난 91년 12월 물류의 기본법인 「화물유통촉진법」을 제정한 데 이어 지난 94년 7월에는 10개년 종합물류대책인 「화물유통체제개선기본계획」을 마련했다. 건설부와 교통부가 통합한 뒤인 95년 7월부터는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물류정책의 방향」을 정립하고 각종 정책을 추진중이다. 또 오는 2011년까지 수도권과 아산만권 등 전국 10개 권역에 수출입 화물 및 대도시권 물류처리를 담당하는 유통단지 39곳을 건설한다는 장기계획을 수립중이다. 건설교통부는 유통단지를 화물터미널, 집배송, 도소매, 농수산물 도매 등 4개 유형으로 정하고 지역 여건에 맞춰 배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일련의 물류관련 정책을 통해 제조업 매출액 대비 17%인 물류비를 10년안에 선진국 수준인 8∼10%로 절감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류관련 규제가 많고 물류정책이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 현장감이 없다고 지적한다. 정치논리가 개입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정책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례를 막는 것도 과제다. ◎인터뷰/대한통운 김여환 사장/“물류력이 국가경쟁력”/규제철폐·SOC확충없이 경제도약 못해 『물류경쟁력이 국가경쟁력입니다.』 김여환 대한통운 사장은 고물류비 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의 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사장은 『정부가 물류 기간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물류관련 규제를 과감히 털지 않는 한 물류난은 지속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리 경제가 커지다보니 물류산업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데요.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국민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체제는 물론 국민 개개인의 소비 양태가 변하고 있습니다. 생산자 중심의 대량 생산체제에서 소비자중심의 소량 생산체제로 바뀌고 있으며 소비형태도 다양해지고 고급화되는 추세입니다. 물류에 있어서도 산업화 시대에는 대량 화물수송이 주류를 이뤘으나 이제는 다품종 소량, 다빈도, 적기 배송이 특징입니다. ­우리 물류체계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우선 물류 인프라가 절대 부족합니다. 도로·철도·항만 등 물류기간시설이 물류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고 화물터미널·유통센터 등 물류거점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물류정보망이 전근대적이다보니 수송의 효율성도 매우 떨어집니다. 물류산업에 대한 규제가 많은 것도 걸림돌이지요. ­정부의 물류정책이 기업에 도움이 되나요. ▲한마디로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책이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효과가 없습니다. 물류수요를 예측하는 데 소홀하다보니 물류인프라 투자도 미흡했고 물류거점 시설도 부족하기 짝이 없습니다. 화물터미널만 보더라도 일본이 1천6백57개인 반면 우리는 19개에 불과합니다. 여러 기관에 분산된 물류정책을 통합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정부 기능이 필요합니다. ­물류산업에 대한 규제가 많다는데. ▲물류시설을 지을 수 있는 입지 및 개발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화물터미널의 경우 상업 및 공업지역에 건립할 수 있는데 상업지역의 땅값은 평당 5백만∼3천만원이어서 투자가치가 없습니다. 물류시설 부지개발에 대한 규제도 적절치 못합니다. 2년 안에 착공하지 않는 부지에 대해 취득세를 7.5배나 중과하는 것은 지나친 조치입니다. 또 현행 운송사업법에는 화물자동차의 도심 통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특송업 차량에 대해서는 이를 풀어야 합니다. ­대한통운의 물류혁신 전략은. ▲시장 잠재력이 높은 특송사업을 회사의 전략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특송업게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한통운은 대전화물터미널을 중심축으로 전국 40개 영업소와 1백여개의 집배센터, 1천4백여개의 취급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국 주요도시에 완전 화물자동분류시스템이 설치된 특송전용터미널을 건설해 고객에게 더욱 더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로 차별화된 특송사업을 펼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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