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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포커스/해외재테크] 실리콘밸리 집값 폭등
입력1999-07-05 00:00:00
수정
1999.07.05 00:00:00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간 사람이 들려준 얘기다. 침실 두개 짜리의 아담한 단독 주택이 매물로 나왔기에 사기로 마음을 먹고 입찰 원서를 냈다. 뉴욕에서 살던 식으로 기껏해야 30만 달러 정도 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깜짝 놀랐다. 원매자가 자기 이외에도 30여명이 있었고, 낙찰가격은 무려 320만 달러였다. 그것도 현찰과 동일 개념으로 사용되는 개인수표를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더욱 놀란 것은 그 집을 산 사람이 28세의 젊은이라는 사실이었다.커다란 호수처럼 형성된 샌프란시스코 베이 일대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를 비롯, 새너제이·팔로알토·버클리 등 「베이 지역(BAY AREA)」의 주택가격은 미국에서 가장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보다 한술 더 뜬다. 다름 아닌 인터넷 붐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30분쯤 달리면 미국의 하이테크 산업이 밀집한 실리콘 밸리가 나타난다. 일대에는 일확천금을 노리며 컴퓨터 앞에서 밤을 지새우는 인터넷 매니아들이 가득하다. 창고 같이 너절한 공간에 서너명이 모여 몇달씩 봉급도 못받고 일하던 이들은 어느날 갑자기 백만장자로 떠오른다. 그들이 세운 인터넷 회사가 증시 상장(IPO)에 성공하면, 봉급 대신 받은 주식(스톡옵션)이 그들을 순식간에 거부로 만든다. 순간 적게는 수백만 달러, 많게는 수억달러를 챙긴 젊은 졸부들은 우선 근사한 집부터 사려고 덤벼들기 마련이다. 동부나 중부에서 성공한 인터넷 매니아들도 가급적이면 많은 정보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실리콘 밸리 지역을 찾는다.
인터넷 귀족들이 만들어낸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집값 폭등은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주택구매 행태와 다르다. 그들은 은행에서 장기대출을 받기보다는 현찰로 한꺼번에 지불하는 쪽을 선호한다.
미국인들이 일생 동안에 지불하는 금액 중에서 가장 큰 액수를 차지하는 것이 주택 구입비다. 따라서 이 돈을 한꺼번에 다 지불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이 은행에서 융자를 받는다. 은행은 융자로 구입되는 집을 담보로 설정하는데, 이때 담보를 모기지(MORTGAGE)라고 하고, 이런 유형의 대출을 모기지 론(MORTGAGE LOAN)이라고 한다. 집을 산 사람은 은행에서 빌린 모기지 론을 매달 얼마씩 수년 동안 갚아나간다.
그런데 인터넷 졸부들은 모기지 론을 싫어한다. 목돈이 생겼는데, 매달 돈을 갚아나갈 필요도 없겠거니와 은행과 대출조건을 따지며 싸우기도 싫어한다.
실리콘 밸리 일대의 집값 상승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미국 전체 주택가격 상승율은 4.6%였는데, 실리콘 밸리 일대는 10%나 뛰었다. 가구당 평균 가격도 미국 전체가 13만 달러인데 비해 샌프란시스코 근처는 35만 달러에 이른다.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주택 공급 부족이다. 베이 지역의 하이테크 붐으로 지난해 새로 일자리를 찾은 사람이 7만1,000명인데 비해 신규 주택 공급량은 4,000 가구에 불과하다. 둘째, 일대에 돈이 넘처난다. 인터넷으로 떼부자가 된 젊은이들이 득실거린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지난해 100만 달러짜리 집을 수십채 거래했는데, 나이가 33세 이상인 중년층과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없었다고 말했다.
새너제이 근교인 팔로알토에서 100만 달러로 맨션형 주택을 사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방갈로형 조립식 주택이 고작이다.
주택이 부족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보니, 팔려는 사람의 자세도 도도하다. 줄리 바우어라는 직장인은 최근 샌프란시스코에 이주하면서 시가보다 40%나 얹어 120만 달러에 간신히 집을 샀다. 그것도 2주 내에 현찰을 지급하며, 집을 판 사람이 다른 집을 구할 때까지 몇달간 월세없이 살도록 한다는 조건을 붙여야 했다.
실리콘 밸리 일대의 주택 가격은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의 상승에 비례한다는 분석이 있다. 캘리포니아 부동산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나스닥 지수 등락의 여파가 30~45일 후에 실리컨 밸리의 집값에 미친다는 것이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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