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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최후 통첩성 경고
입력2003-06-24 00:00:00
수정
2003.06.24 00:00:00
조영주 기자
재계가 단단히 화가 났다. 노동계의 잇따른 파업과 집단행동이 그 도를 넘어서 재계도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여기에 정부의 친노(親勞)정책에 대한 불만도 함께 표출됐다. 재계는 지난 23일 전국경제인 연합회ㆍ한국경영자 총협회ㆍ대한상의ㆍ무역협회ㆍ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 등 경제 5단체의 회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간담회를 갖고 `노동계 총파업에 대한 경제계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노동계의 파업과 집단행동이 계속될 경우 투자를 축소하고 공장의 해외이전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정부가 법을 지키지 않으면 기업이라도 법대로 하겠다”고 정부의 친노정책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경제 5단체의 회장ㆍ부회장단이 노사관련 회의에 모두 참석한 것은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재계가 현 상황을 `참여정부` 출범 후 최대의 위기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재계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노총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투쟁일변도의 파업에 대해 `망국적인 처사`라고 규탄하고 “차제에 정부는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와 결단력을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때는 회사문을 닫고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통첩성 카드도 내보였다. 정부를 믿을 수 없으니 스스로 자구책을 찾겠다는 것이다.
재계는 `참여정부`의 친노정책에 대해 그 동안 목소리를 낮춰 왔다. 현 정권의 지지기반이 상당부문 노조에 있다는 현실을 배려한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조흥은행 파업에 이어 대구ㆍ부산의 지하철파업과 철도와 버스ㆍ택시 등 대규모 파업이 줄줄이 예고되면서 정부를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졌다. 정부의 대응에 대한 실망이 지금까지의 비판 자제에서 대립각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재계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법과 원칙이 무너져 내릴 때 정부의 정책도 통하질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는 공권력을 우습게 보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정부가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 보니 그렇게 돼버린 것이다. 벌써부터 친노정책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정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노동계의 파업은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우리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경우 그 결과는 보나 마나이다. 정부는 물론이지만 노동계도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건재해야 노조도 있다. 재계로부터 `기업을 못하겠다`는 한숨이 나와서는 안 된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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