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스스로 생존력을 강화하고 독립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각을 글로벌시장으로 확장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대기업에 70~80%의 제품을 납품하면 사실상 종속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시장에서 도태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최근 벤처업계에서 추진되고 있는 '벤처 소생태계 구축 프로젝트'는 자체 협력을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대안적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중견벤처와 초기벤처가 각각 멘토와 멘티로 이어지는 소생태계시스템을 구축해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선단을 이뤄 해외로 진출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이민화 기업호민관과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의 주도로 구상된 벤처 소생태계 조성사업은 지난해 벤처기업협회가 공식 발주한 후 현재 탑엔지니어링ㆍ미래나노텍 등 선도벤처 25개 업체가 선정된 상태다. 정부의 조달정책도 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출을 위해서는 공급실적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중소기업은 기업 규모, 짧은 경력 등을 이유로 공급실적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조달청이나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시장에서 소규모 중소기업의 신기술을 적극 구매해 기업의 레퍼런스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세종 선임연구원은 "미국 등 선진국은 정부의 공공구매 부문을 통해 중소기업의 제품을 판로를 열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력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고급인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작은 지역 단위(미니 클러스터)로 인력풀을 만들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김종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인력 문제를 풀지 않고는 중소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며 "지금과 같이 중앙에서 지방정부로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톱 다운'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시장에 주력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 저가정책에 의존하기보다 현지밀착형 제품 개발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김근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지인이 선호하는 달콤 짭잘한 맛의 햄버거 소스를 개발해 맥도날드를 누른 필리핀의 식품업체 졸리비를 예로 들며 "전반적 역량과 자원은 열세일 수 있지만 현지밀착형 제품과 서비스 발굴, 지역 친화적 이미지 확보 등에서는 로컬기업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내수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내수 중소기업은 전면전을 벌이기보다는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점해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윤모 중소기업청 정책국장은 "대기업과의 '갑을관계'를 대등하게 하려면 중소기업들 역시 경쟁력 있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최근 많은 강소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기업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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