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여자는 사업도 하면 안되는 존재로 여겨졌죠. 남성을 선호하는 대출관행과 접대문화가 가장 큰 장벽이었습니다"
28일 인천시 서구 에스알씨 본사에서 만난 신연화(50ㆍ사진) 대표는 2001년 회사를 처음 설립했던 시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영양사 출신이었던 신 대표는 위생이 떨어지는 제품이 급식시장에 진입하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학교급식 납품회사를 세웠지만 여성기업인에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주요 은행과 공공 금융기관의 문턱이 특히 높았다"며 "매번 남편을 데려와야 보증해준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 대표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술로 접대하는 남성 중심적 문화는 처음부터 일절 거부했다. 거래처 사람이랑은 맥주 한잔도 안했을 정도. 그만한 손해도 적지 않았다. 외상대금을 맨 마지막에 받는 사람은 늘 신 대표였다.
그럴수록 기본에 충실하고자 연구개발 인력을 확충하며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절반 가까운 직원을 영양사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연구인력으로 채우고 기업부설연구소도 설립했다.
그 결과 에스알씨는 지난 2008년 국내 식품업체로는 일곱 번째이자 중소기업으로는 최초로 과학적 위생관리체계인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베이커리, 빵류)을 받았다. 냉동음식 업계 분야에서는 대기업을 제치고 1위 자리를 고수 중이며 매출은 어느새 3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정도경영이 회사를 키운 성장 동력이었다면 여성 특유의 섬세한 엄마 리더십은 회사의 위기를 내실 있는 발전의 기회로 만들어준 기폭제 역할을 했다. 신 대표는 "회사가 법인으로 전환하며 매년 30% 이상씩 급속한 매출 성장을 이뤘지만 퇴사하는 직원들의 비율 역시 어느 때보다 높아 큰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며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소통문화와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회사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건임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 대표는 세심하게 관심 갖고 챙겨주는 엄마 리더십를 발휘했다. 당장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상담에 나서며 교감의 폭을 넓혔다. 아울러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기 위해 순환보직 제도를 도입하고 생산직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운영했다. 각종 동아리 활동 지원과 해외여행 지원을 통해 사기도 끌어올렸다.
여성비율이 높은 회사인 탓인지 엄마 리더십은 금세 직원들의 마음에 다가왔다. 덕분에 생산직과 사무직 간의 고질적인 갈등이 사라졌고 생산직 퇴사율도 지난 2년간 '제로'를 기록했다. 신 대표는 "직원이 70명 남짓한 수준인데 일 년에 통화를 한 번도 못하는 직원도 있었다는 걸 알고 반성하게 됐다"며 "당장 대기업만큼 복지나 급여는 못줘도 항상 직원과 교감하고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는 길이자 대표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자세"라고 밝혔다.
집무실 한켠에는 '우공이산'이라 쓰여진 액자가 걸려 있다. 신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그는 "대부분 중소기업 대표들은 매출 급성장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회사는 다르다"며 "조금 더디더라도 내실을 확실히 다지고 내부의 화합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며 오래 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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