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직장인들의 재산 증식을 위해 도입된 소득공제장기펀드가 17일로 출시된 지 한 달이 됐지만 자금 유입 규모가 기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가입 자격이 총 급여 연 5,000만원 이하 근로자로 제한돼 있어 까다로운데다 소득공제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는 연말이 아직 아니어서 초반 흥행 부진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처음 출시된 소장펀드로 약 한 달 동안(15일 기준) 총 231억원이 유입됐다. 당초 소장펀드위원회가 연간 3조8,000억원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 점을 고려하면 한 달에 평균 3,160억원 정도는 들어와야 하는데 10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자금 유입 규모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줄고 있다. 소장펀드가 출시된 첫 주인 3월17일부터 3월21일까지는 5일 동안 총 69억9,000만원이 들어왔다. 그 다음주(3월24~28일)에는 60억8,000만원 유입에 그쳤고 이후 40억6,000만원, 54억9,000만원으로 자금 유입이 큰 폭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들어온 자금도 특정 펀드에 쏠려있다.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주식)종류C'펀드로 73억원이 유입돼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왔으며 '신영마라톤소득공제자(주식)C형(33억원)'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채혼)종류C(27억원)' 'KB밸류포커스소득공제전환자(주식)C클래스(19억원)'가 뒤를 이었다. 모두 가치주펀드로 이 4개 펀드에 전체 자금의 65%가 몰렸다. 자금 유입이 '0'원인 펀드도 전체 51개 중 24개에 달한다.
소장펀드의 초반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는 까다로운 가입 자격이 꼽힌다. 총 급여 5,000만원 근로자 이하로 가입 자격이 제한돼 처음부터 유의미한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거나 결혼을 한 직장인들이 가입 대상인데 이들이 적금과 보험금을 불입한 뒤 추가로 펀드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겠느냐"며 "심지어 가입자격이 소장펀드보다 넓었던 재형저축펀드도 흥행에 실패했던 점에 비춰보면 애초부터 기대를 하는 게 무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연말이 아닌 점도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개 소득공제 상품은 연초에는 별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연말정산이 가까워질수록 주목을 받는다. 소장펀드가 출시됐지만 아직 4월밖에 되지 않아 직장인들의 큰 관심을 끌어당기기에는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소장펀드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지원부장은 "이번에 출시된 소장펀드는 분기별 납입 한도가 없어 12월 31일까지 600만원만 넣으면 소득공제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며 "연말정산에 대한 관심이 늘기 시작하는 10월 이후이면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장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한 가입 자격 완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이자 현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인 서태종 위원이 소장펀드 가입 자격을 확대하는 내용을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소장펀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소장펀드는 연 600만원만 불입하면 약 4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여전히 매력적인 상품"이라며 "연말이 다가 와 소득공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가입자격 기준을 완화하는 조치가 병행된다면 개인연금펀드와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세제혜택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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