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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에는 특종이 많다?

`특종은 쓰레기통에서나 찾아라`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마련한 새로운 `홍보업무 운영방안`의 골자는 한마디로 특종을 포기하라는 말이다. 적어도 십수년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문광부의 이 같은 지침은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들린다. `벌써 일주일쯤 되는 일`을 가지고 새삼 시빗거리를 삼자는 것은 언론의 기능이나 사회적 견제장치와 같은 거창한 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만 기자라는 이름의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존재가치 자체에 대해 모욕을 당했다는 점을 되짚어보고 보고 싶을 뿐이다. 독자나 시청자의 입장에선 특종 역시 다른 여러 뉴스 가운데 하나다. 기자 사회가 말하는 특종이란 다른 매체보다 앞서서 또는 다른 매체가 모르는 사이 유일하게 보도했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의 삶에 뉴스가치 이상의 엄청난 영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한순간에 뒤바꿔버리는 파괴력을 지닌 것도 아니다. 뉴스의 파괴력이나 영향력은 그 뉴스 자체가 갖고 있는 가치 때문에 발생한다. 세상이 너무 잘 알고있는 `워터게이트사건` 역시 특종으로 일궈낸 보도지만 단지 특종이어서 닉슨 전 미국대통령을 불명예 하야시킨 것은 아니다. 감추고 싶은 `권부의 도청`이라는 희대의 파렴치 행위를 악착같이 물고늘어져 세상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종은 사실 기자 사회가 기자들의 이 같은 노력에 대해 부여하는 명예로운 호칭이며 훈장이다. 동시에 직업인 기자로서는 직업적 자존심이다. 남들보다 좀더 부지런 떨었고, 남들보다 좀더 악착을 떨어서 만들어낸 일종의 창조물이다. 기자들에게 특종을 포기하라는 것은 가장 큰 명예를 포기하라는 말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왠만하면 기자생활을 포기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창동 장관은 장관직전까지 소설가로, 영화감독으로 활동했던 문화계의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그가 그 오랜기간동안 그토록 애써서 창작해낸 모든 소설, 모든 영화에서 `특종(자존심)`을 빼내라고 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좀 더 나아가 `당신의 소설이나 영화 속에 있는 당신의 자존심은 쓰레기통에서나 찾아라`라고 한다면 이창동 장관은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잘못을 지적하고, 야단을 치는 것에도 분명 사회적 금기가 있다. 이창동 장관은 기자를 그저 쓰레기통 같은 지저분한 것들만을 파헤치는 `쓰파라치`정도로 인식하는 것인가. 아니면 한순간의 말실수인가. 문학을 하고, 영화를 하면서 인간과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온 문화인 이창동 장관이 `지켜야 할 선을 지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고싶다. <김형기(산업부 차장) 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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