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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기업' 늘리는 중소기업대출 과열경쟁

은행 평가 탓 실적올리기 급급

지방銀도 가세… 부실우려 커져


시중은행 지점장 김모씨는 요즘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골프 약속 때문에 바쁘다. 은행 본부에서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하라고 독려하는 상황에서 은행 간 경쟁도 워낙 치열해 매일같이 영업 전선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은 신용 좋은 중소기업 사장들이 은행 위에 군림하는 시대"라며 "해당 기업의 자금사정 등을 나름 꼼꼼히 살피고 있지만 지금 같은 경쟁상황에서 옥석을 제대로 가린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고 밝혔다.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과당경쟁이 돈을 벌어 은행 이자 갚기에도 버거운 이른바 '좀비기업'들의 수명만 늘려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중기대출 시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지난 4월 중기대출 규모는 543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가폭 또한 1월 4조4,000억원, 2월 4조9,000억원, 3월 5조8,000억원, 4월 6조원으로 가팔라지고 있다.

중기대출 시장의 과열 양상은 우선 '기술금융' 실적을 올리기 위한 은행권 경쟁에서 비롯됐다. 은행혁신성평가에서 기술금융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중기대출 실적이 모든 은행의 지상과제가 됐다.



여기에 최근 경기도 출점 제한이 풀린 지방은행들이 기름을 붓는 꼴이다. 수도권 공략에 적극적인 광주은행은 지난해 JB금융지주에 편입된 이래 서울에 6개, 인천에 1개 등 기존 지점을 포함해 총 11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2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역시 JB금융지주 소속인 전북은행도 서울에 13개 지점을 갖고 있고 경기도 수원에도 지방은행 최초로 지점을 열었다. 부산은행은 다음달 경기도 첫 영업지로 시화공단지점을 열기로 결정했다. 특히 지방은행은 60%의 기업대출 의무비율이 있어 기업대출을 늘리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반면 기업들의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못 갚는 이자보상비율 100% 이하 기업이 조사 대상의 31.9%를 차지하며 전년보다 1.2%포인트 늘었다. 중기대출과 관련한 연체율도 지난해 말 0.84%에서 올 4월 1.05%로 상승하는 등 관리가 쉽지 않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이자만 갚다가 원금 상환 때가 돌아오면 이를 연장하거나 다른 곳에서 빌려 이를 갚는 식으로 생존만 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들이 연명함으로써 되레 멀쩡한 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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