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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반도체 키우기' 암초 돌출

TI, 아남 기술력 인정불구 동부 자금력 불신동부그룹은 이번 TI와의 협상 실패로 아남반도체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던 '반도체 키우기'계획이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왜 결렬됐나 동부는 지난달 생명ㆍ화재ㆍ건설 등 3개사를 동원, 아남 지분 25.8%를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파운드리(주문수탁생산) 업체인 동부전자의 현 웨이퍼 생산량(월 5,000매 규모)으론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 아남 인수는 3만매 물량과 0.13㎛급 첨단 공정에 대한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동부는 계산했다. 특히 아남 고정거래처였던 TI로부터 0.09~0.13㎛급의 기술을 넘겨받고, 3억~5억달러의 물량을 확보하는 것을 인수 선행조건으로 내걸어 확실한 생존의 길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계산은 빗나갔다. 동부는 웨이퍼 공급가격과 기술료 차이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0.13㎛은 현 기술제휴선인 도시바로부터 넘겨받을 예정이기 때문에 무리해 협상을 타결 지을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TI가 동부의 자금 여력에 의구심을 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TI는 협상 과정에서 아남의 기술력을 인정하면서도, 인수자인 동부의 투자 능력을 좀더 지켜보자는 자세를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요인도 변수였다. TI는 아남으로부터 0.13미크론 공정 확보가 어려워지자, 지난 4월 타이완 TSMC와 UMC를 추가로 협력업체로 지정, 아남의 주가하락을 부채질했다. 여기에 중국 SMIC도 달려 들었다. TI로선 급할게 없어진 셈이다. ◆아남 인수 차질 생기나 동부 관계자는 "경쟁력을 위해선 아남 인수가 필수다"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TI물량이 없더라도 인수를 매듭지을 것이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암코가 아남반도체에 대한 추가 투자 의지가 없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보유 주식 매도를 강행할 것이란 자신감도 배어있다. 그러나 비관적 관측도 잔존한다. 동부전자는 앞으로 3~4년간 음성공장에 필요한 2조5,000억원중 1조1,000억원 가량만 확보한 상황. 나머지 1조4,000억원은 ▦채권단 추가 지원(2,600억원) ▦아남의 동부전자 증자분(600억) ▦아남의 향후 3년간 현금흐름 ▦외자유치 ▦장기차입 등으로 매울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TI와의 제휴 성사를 전제로 한 것. 동부전자 관계자는 "이 모든 것에 대한 수정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준기 회장이 모든 불투명한 요인을 무릅쓰고 계열사를 동원하며 인수를 끝까지 강행할지 여부는 이달말께 판가름날 것 같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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