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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시장 가격파괴 회오리 예고/통신요금 자율화 의미·파장
입력1997-05-09 00:00:00
수정
1997.05.09 00:00:00
이재권 기자
◎소비자 “질좋은 서비스 싸게 이용” 혜택/지배적사업자 시장교란 가능성은 커져정보통신부가 8일 발표한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은 내년부터 전면 개방되는 국내통신시장의 새로운 질서를 정하는 틀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통신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든 통신사업자들의 통신요금에 대한 규제를 완전 철폐, 자율화하기로 한 것은 국내 통신시장에는 가히 「메가톤급 태풍」이라 할 만하다. 경쟁시장에서 사업자들간의 우열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통신요금을 철저하게 시장논리에 맡김으로써 앞으로 통신시장은 그야말로 강자가 이기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행 통신요금정책은 「지배적 사업자」를 제외하고는 통신사업자들이 신고만으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신고 원칙, 인가 예외」다. 따라서 후발 신규사업자는 저렴한 요금을 무기로 조기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서울이동통신·나래이동통신 등 「015」 삐삐사업자, 「017」 신세기통신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시내·시외전화부문의 한국통신, 이동전화·무선호출부문의 SK텔레콤(구 한국이동통신) 등 지배적 사업자도 정부인가없이 요금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가라는 「사슬」을 완전히 풀어버렸다.
이에 따라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요금설정의 자유를 맘껏 누리게 됐지만 그동안 정부의 보호를 받던 신규사업자들은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됐다. 지배적 사업자들이 「파괴적으로」 요금을 결정할 가능성 때문이다.
신규사업자들은 막대한 초기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요금을 내릴 수 있는 폭이 제한돼 있다. 가입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파격적으로 요금을 인하할 경우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반면 기존 지배적 사업자들은 투자회임이 이미 오래전에 끝나 신규사업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인하폭을 확대할 수 있다. 만일 지배적 사업자들이 극단적으로 싼 요금을 받을 경우 신규사업자들도 이에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통신업계는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인하가 연쇄반응을 일으켜 걷잡을 수 없는 가격파괴의 회오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용자들은 갈수록 확대되는 통신사업자들의 가입자 유치경쟁, 요금인하경쟁으로 질좋은 통신서비스를 싸게 이용하는 혜택을 맛보게 된다. 또한 국제수준으로 볼 때 비정상적으로 싼 시내전화요금을 올리면서 이윤폭이 상대적으로 큰 시외·국제·이동전화요금을 내림으로써 왜곡된 요금구조를 시정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된다. 또 내년으로 임박한 시장개방에 대비, 외국사업자들이 빼 먹을 수 있는 이윤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낳게 될 전망이다.
정통부가 논란을 감수하면서 요금규제 완전철폐를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고삐 풀린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많이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무기로 삼아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이 다분해 요금규제 완전철폐는 시행과정에서 신규사업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시내전화사업에 새로 진출하는 데이콤의 한 관계자는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요금규제는 공정경쟁환경 조성차원에서 필요한 것』이라며 정부의 이번 조치에 강한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정통부의 석호익 정보통신정책심의관은 이에 대해 『사전규제는 철폐했지만 사후규제를 강화해 통신위원회가 공정경쟁 저해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불공정 요금이나 공정경쟁 저해행위에 대해 이용자나 다른 사업자가 신고하면 통신위원회가 사실조사와 심의를 거쳐 시정조치케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PCS(개인휴대통신)사업자의 경우 1조2천여억원의 투자를 했지만 이번 요금자율화조치로 막강한 라이벌 SK텔레콤보다 싼 요금을 설정하기 힘들게 됐다. SK텔레콤이 그동안 축적해 놓은 자본을 활용, 요금을 대폭 내리면 PCS사업자들은 도저히 이동전화보다 「싼맛」을 내세우기 어려운 것이다. 통신업계에선 요금규제 철폐로 PCS사업자들 가운데 중도 하차할 업체가 곧 출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내·시외전화도 마찬가지다.
결국 앞으로 통신시장은 훨씬 가혹해진 생존환경을 이길 만큼의 경쟁력이 없는 업체는 견디기 어려운 「마의 시장」이 되리라는 분석이다.<이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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