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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돈 다 빼가도 227억달러 남아

■ 한국 사상 첫 '순대외자산국' 전환

해외증권·설비투자 대폭 늘어 대외투자잔액 1조515억弗 달해

단기외채 비중도 소폭 떨어져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해외채무'에는 과도할 정도로 민감하다. 단기채무가 과도하게 늘 경우 자금흐름을 매일 확인하고 금융권에는 단기채를 장기채로 전환할 것을 지도하기도 한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자 해외투자도 꾸준히 늘렸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대비용의 측면도 있었다.

그랬던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순대외자산국'이 됐다. 내국인의 대외투자에서 외국인의 국내투자를 뺀 순국제투자잔액이 227억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자금을 모두 빼가도 달러가 남는다는 뜻이다.

한국은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대외투자가 외국인의 국내투자보다 105억달러 적은 '순대외부채국'이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로 투자자들이 해외증권투자를 늘렸고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도 증가해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됐다.

우리나라가 순대외자산국이 된 것은 1994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처음이다. 한은은 지난 7월 한국이 1~2년 안에 순대외자산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는데 그 시기가 더 빨라진 것이다.

9월 말 현재 대외투자 잔액은 1조515억달러로 6월 말에 비해 102억달러 증가했다. 해외증권투자가 40억달러 늘어난 2,005억달러를 기록해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으며 기업들의 해외 공장, 설비투자 등을 뜻하는 직접투자도 28억달러 늘어난 2,464억달러를 나타냈다. 대출·무역신용 등 기타투자가 37억달러 늘어난 2,128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투자잔액은 환율상승으로 감소했다. 9월 말 현재 1조 288억달러로 6월 말에 비해 231억달러 감소했다. 3·4분기 원·달러 환율이 전 분기 대비 3.4% 상승한 탓이다. 환율이 올라가면서 외국인이 보유하던 원화 자산의 달러 표시 가치가 하락했다.



대외투자 잔액에서 주식투자·해외직접투자 등을 뺀 채권 부문만 보면 대외채권은 6,540억달러로 62억달러 증가했다. 그러나 외국에서 빌린 돈인 대외채무는 4,291억달러로 131억달러가 줄었다. 이에 따라 순대외채권 규모도 2,249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외환보유액·경상수지 등과 함께 3대 거시건전성 분석 지표로 꼽히는 단기외채비중도 환율상승 여파로 소폭 하락했다. 총대외채무 중 단기외채 비중은 29.4%로 6월 말보다 0.4%포인트 줄었다. 환율상승으로 외국인이 원화 베이스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채권의 달러 환산액이 하락했고 이에 따라 총대외채무 잔액과 단기외채도 감소했다. 이밖에 은행들이 차입금을 상환한 것도 외채 감소에 일조했다.

대외채무 잔액은 4,291억달러로 6월 말보다 131억달러 줄었고 단기 외채도 57억달러 감소한 1,261억달러였다. 단기 대외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9월 말 현재 34.6%로 6월 말보다 1.4%포인트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 등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해 외채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단기 외채 감소로 외채 건전성 및 지급능력 지표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앞으로도 외화자금시장 및 외국인 채권투자 등 외채 관련 동향을 더 면밀하게 점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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