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의 퇴진 등 현대차그룹의 세대교체가 가시화되면서 주식시장에서 현대모비스와 기아차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박 회장의 퇴진으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한층 커지고 기아차에 대한 그룹 차원의 육성의지도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이러한 변화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개별 기업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1일 주식시장에서 기아차 주가는 전일 대비 1,000원(5.08%) 상승한 2만700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 말의 1만5,300원과 비교하면 35%나 급등한 것이다. 최대식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아차의 상승은 실적이나 밸류에이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현실적으로 정 사장의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기아차의 지분 1.01%를 보유하고 있는 정 사장이 지배력 강화를 위해 1~2%의 지분을 추가 취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정 사장이 본텍 지분 매각을 통해 3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누리증권도 “기아차 목표주가 설정 근거 중 하나였던 기아차의 적정 주가수익비율에 대한 정 사장의 프리미엄을 25%로 높인다”며 목표주가를 2만2,500원에서 2만6,000원으로 올렸다. 한누리증권은 이와 함께 박 회장의 퇴진은 2세 경영체제 등장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정 사장의 그룹 내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는 박 회장의 퇴진이 불확실성 확대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현대모비스 주가는 전일 대비 700원(0.81%) 하락한 8만5,300원에 머물렀다. 삼성증권은 “모비스가 카드 등 금융 계열사 부실 정리에 참여하지 않고 모듈 부문에서 설계 효율화 등 R&D를 통해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데는 박 전 회장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현대차나 기아차에 비해 이익 안정성이 월등히 좋지만 투자위험이 크고 수익성이 낮은 기계 부문 제조업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등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가 4ㆍ4분기 2조원의 매출과 2,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등 실적 모멘텀을 갖고 있어 박 회장 퇴임의 충격이 단기에 끝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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