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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오너경영체제
입력1999-04-21 00:00:00
수정
1999.04.21 00:00:00
대통령이 사기업의 경영방식에 대해 직접 언급했으니 충격이 클수 밖에 없을 것이다. 유난히 지배주주의 경영권집착이 강한 우리의 기업풍토상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시장경제체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기업 경영에 대한 간섭이라는 주장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주식회사의 소유경영구조는 주주들이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배주주가 직접 경영을 하든 전문경영인이 하든 기업이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 자유주의 시장경제질서의 기본이기도 하다.그러나 이 원칙도 엄연한 한계가 있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어떤 경영방식을 택했든 기업은 사회적 도덕적 책임이 있다. 경영을 잘못하여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엄청난 누를 끼치고 국가신인도까지 추락시켰다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오너체제에선 이것이 잘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하고 책임을 전가하며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선진국 기업들이라면 최고경영자가 이미 몇번이나 바뀌었을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따지기 전에 당장 주주의 이익을 크게 손상시킨 책임부터 져야하는 것이다. 오너가 처음부터 경영을 잘했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오너체제와 전문경영인체제중 어느 쪽이 나으냐는 해묵은 논쟁거리중 하나다. 선진국의 예를 보면 오너체제가 훨씬 성공적인 사례도 많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손 마사요시(孫正義) 소프트뱅크 회장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에 세계적 대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은 대부분 전문경영인이다. 따라서 오너냐 비오너냐 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능력이다.
전문경영인은 좋고 오너체제는 나쁘다는 이분법은 위험하다. 그러나 오너체제가 경영부실과 사회적 지탄을 자초한다면 전문경영인체제가 훨씬 더 좋을 수도 있다. 대통령의 발언도 이런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해할만 하다. 오너경영인도 사기업간섭이라며 부정적으로만 보지말고 경영개선의 자극제로 삼으면 되는 것이다.
21세기 기업가는 비전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우리가 IMF사태를 맞은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기업인의 경영능력 부족이었다. 창업주와 가족중심의 경영형태가 총체적 부실의 온상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바람직한 한국형 기업지배구조를 정립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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