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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가 맛보는 절망과 쓰라림

연극 '라이방' 대학로 정보소극장서 "아픔 버릴 줄 아는 386세대 이야기"

내년 2월 6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열린느 연극 '라이방'

내년 2월 6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열린느 연극 '라이방'

초라한 어깨를 한 세 남자가 신세한탄을 한다. 서울,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돈도 권력도 명예도 없이 오로지 떠맡고 지켜야 할 책임들만 가득찬 기형의 도시로만 느껴진다. 급기야 이들은 범죄를 꾸민다. 대학을 다녔으나 항상 돈에 쪼들리는 진호(윤진호), 철없을 때 생긴 딸을 혼자 키우며 사는 무인(최무인), 뻥이 세고 속은 여린 대한(지대한) 세 명의 택시기사가 술집에 앉아 푸념을 하다 급기야 현금을 쌓아놓고 혼자 산다는 할머니의 집을 털자고 모의를 한다. 계획을 실행하는 날, 노파의 집에서 발견한 것은 싸늘하게 식은 시체 뿐. 황급히 도망쳐 119에 연락을 하고 다시 술집에 머리를 맞대고 앉는다. 그 시체가 깔렸던 이불 밑에 현금 3억원이 발견됐다는 뉴스 속보를 접한 이들은 더 깊은 절망과 패배의 쓰라림을 맛본다. 세 남자는 자신들을 비웃으며 알 수 없는 안도감에 젖는다. 술잔을 드는 그들의 귓전으로 옆 동네에 혼자 산다는 돈 많은 할아버지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자신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농담으로 웃어 넘길 만큼 여유를 되찾는다. 세 남자가 벌이는 블랙 코메디 연극 ‘라이방’(연출 문삼화)이 동숭동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내년 2월 6일까지 공연한다. 이 작품은 2002년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 부문을 수상해 영화로 이미 소개됐으며, 올해 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 젊은 연출가전에서 최우수 작품상으로 선정될 정도로 이야기 전개가 탄탄하다. 동명영화와는 달리 무대에 선 ‘라이방’은 수수하지만 효과적인 무대, 극의 리듬을 꿰뚫는 연출가의 활약으로 연일 만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출자인 문삼화씨는 “저마다 아프고 쓰린 속내를 고함과 눈물로 토해내는 대신, 소주 한잔에 웃음으로 날려버릴 줄 아는 386세대의 꿋꿋한 이야기”라며 “지치고 힘들어 주저앉고픈 순간 그래도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스스로 되 뇌이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02)74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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