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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보스 방문한 이명박 서울시장
입력2006-01-28 01:36:43
수정
2006.01.28 01:36:43
"우리는 종주국 없이 한번 살아보자. 이것이 우리의 피맺힌 절규다. 일제의 망령을 박멸할 때까지 우리는 영원한 투쟁의 대열에 참여할 것을 여기서 엄숙히 선언한다."
한일국교정상화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 무르익어가던 1964년 3월24일, 당시 고려대 상대 학생회장 이명박이 읽었다는 선언문 마지막 구절이다.
민족주의자의 풍모를 한껏 풍기던 그가 세계화의 수레바퀴에 계속 힘을 실어주는 다보스에 왔다고 하자 문득 그 시절이 생각났고 까닭이 궁금해졌다. 더욱이 그는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인물이 아닌가.
다보스의 아라벨라 쉐라톤 더비 호텔의 회의실에서 만난 이명박 시장은 가급적 국내 문제, 무거운 주제는 피할 것을 바랬지만 이곳은 '백화제방'과 '백가쟁명'의 공간이 아니냐며 몇가지 질문을 들이밀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무엇을 얻으러 왔고 무엇을 얻고 가는가 ▲급변하는 세계의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논의되는 중심 어젠다는중국과 인도의 부상이다. 양국의 부상은 긍정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한다. 각국이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지도자의 신뢰가논의된 것도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다보스는 세계화를 외치는 공간인데 ▲세계무역기구(WTO)가 아닌, GATT체제가 지배하던 시절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
당시는 개도국이 보호받는, 폐쇄적인 체제였다. 지금은 과도한 민족주의. 반세계화로는 생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화의 이점을 살리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는 70% 이상이다. 우리로서는 세계화가 유리한 것이다. 농업이 어렵지만 별도의 정책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 작가의 조형물 설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데 ▲원칙적으로 이 문제는 서울시의 소관이 아니다. KT가 세계적 작가의 작품을 기증하는 형식이며 서울시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서울 시장으로서 언급할 입장도아니다. 다만 미국 작가의 작품이라며 예술적 가치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지나치다. 예술적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 눈을 밖으로 돌려 한국 작가들의 세계진출, 한류 열기 등도 생각해봐야 한다.
--광화문 광장 조성계획은 청계천 복원공사의 '짝퉁' 아닌가 ▲2015년을 목표로 하는 사업을 서둘러 발표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관련 부처들이 사전에 협의했어야 할 문제다. 계획 자체는 서울시장 취임시 제안한 것으로,새로운 것이 아니다. 서울시 교통체계에 맞는지를 검토 중에 있다.
--최근 발표된 '양극화' 대책을 어떻게 보는가 ▲양극화라는 용어 자체가 적합한지 잘 모르겠다. 국민을 분열시키는 뉘앙스를 갖고 있다. 사회의 불균형이 올바른 용어인 것 같다. 중요한 관심사는 틀림없지만 어떤 해결책을 마련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다만 장관을 그만두고 난 뒤 정치권에서양극화 대책을 발표한 것은 문제다. 병력의 조정도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재정상태도 고려해 총괄적으로 책임 있는 검토와 발표가 필요하다고 본다.
--증세와 감세 논란에 대한 견해는 ▲한때 세금 확대로 경제를 부양하는 시대가 있었지만 결국은 실패로 끝났다. 증세로는 경기를 부양하지 못한다. 감세가 오히려 경기를 자극하고 세수를 증대시키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증세는 마지막 수단이다. 정부는 낭비를 줄이고 투자 우선 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현정부는 너무 많은 일을 벌인다. 한정된 재원을 감안해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정부도 알뜰한 주부처럼 행동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도 중요한 어젠다 같은데 ▲세계적 추세이지만 우리는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 같다. 정부가 단기적으로 출산 장려 대책을 마련하고 보육과 교육 비용을 대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국가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한다. 이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해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기는 법이다.
--차기 서울시장의 우선 덕목을 꼽는다면 ▲굳이 덕목을 든다면 CEO의 자질이다. 시민 여론을 살펴보면 CEO형 시장을 원하는 것 같다. CEO형 시장이라면 시민들을 위해 예산을 절감하면서 시민들에게 납득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네거티브 캠페인성 화살을 맞곤 하는데 ▲후진적인 정치 문화다. 이회창씨에 대해 수많은 험담이 있었는데 선거가 끝나고 나면 모두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 앞으로는 이런 것들이 통하지 않을 것이고 그다지 염려하지 않는다. 나는 포지티브한 사람이다. 상대방에게도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내 아들이 군대에 안 갔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너무유치하지 않은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웃음으로 대답할 뿐이다. 일일이 신경을 쓰다보면 시정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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