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대부업자 손가락질 안타까웠다… 제대로 된 서민금융 보여줄 것"

■ 제도권 진입 숙원 푼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 인터뷰

소상공인·자영업자 전용 대출 등 저신용자 위한 다양한 상품 기획

관계형 금융으로 서비스 차별화

지점없는 강원·경상 저축銀 관심… 증권·운용·카드사 M&A 의향도


최윤(52·사진)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은 2일 아침까지도 초조함이 가득했다. 성공이 확실시됐지만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금융당국에 밉보일지 몰라 언론과의 접촉도 최대한 삼갔다. 오후3시 금융위원회가 드디어 예나래와 예주저축은행 인수를 승인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직원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비로소 그의 얼굴은 환하게 폈다.

저축은행 인수 승인을 앞두고 서울경제신문과 최근 연이어 만난 최 회장은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대부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짜 서민금융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며 "한국에서 제대로 된 금융 서비스를 보여줄 생각"이라고 몇 번이고 말했다.

사실 러시앤캐시로 알려진 대부업체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지난 2007년부터 열 차례나 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하며 제도권 진입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번번이 쓴맛을 봤다. 이번이 '9전10'기였다. 무엇보다 '대부업자'라는 족쇄는 두고두고 그를 괴롭혔다. 대부업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편견의 늪이 그를 괴롭혔다. 대부업자에게 저축은행을 넘겨줘 경영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뒤집어쓸지 모른다는 심리가 금융 관료에 팽배했다.

절치부심 끝에 결실을 거뒀기 때문일까. 최 회장의 감회는 남달랐다. 그는 "비제도권 금융이라는 이유로 법을 지켜도 늘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대부 자산 40% 이상 축소나 20%대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 조건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정부의 지침을 지키면서 서민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최 회장이 저축은행 인수에 매달린 또 하나의 이유는 '일본계'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다는 오랜 바람 때문이다. 재일교포인 최 회장은 2004년 일본 법원에 매물로 나온 아프로그룹의 전신인 일본인 소유의 대부업체 A&O를 인수했다. 최 회장은 "일본 회사만 인수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어 J&K캐피털이라는 일본 법인을 만들어 A&O를 인수했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일본계라는 오해를 받아왔다"며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내가 J&K캐피털 지분을 100% 인수했기 때문에 아프로 역시 100% 한국 회사"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부모님이 한국 사람이고 국적도 한국이고 한국에 살고 있다. 왜 우리 회사를 일본계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국 기업으로서 한국의 제도권 금융회사를 인수해 진짜 한국계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누구보다 인재에 대한 욕심이 많다. 이번 저축은행 개점을 앞두고도 5월부터 임원 공모를 시작했다. 시중은행과 보험사 출신 등 100여명이 대거 응모했다. 그는 친분이 있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시켜달라"고 한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중국 사업을 1년여 만에 흑자로 돌려세운 것도 국내 모 은행 중국 지점장을 영입했던 것이 주효했다. 아프로그룹은 통상 9월에 하던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8월 말로 앞당겨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대부업계에서도 담보 없는 대출 상품이나 재치 있는 TV 광고 등 새로운 시도를 해온 그가 저축은행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인수한 회사는 이번 달 7일 'OK저축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 최 회장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 등을 포함해 48명의 저축은행 추진단을 구성, 외부 컨설팅 등 철저한 검증을 받아 저축은행 인수와 출범을 준비해왔다. 그는 새로운 저축은행 경영 방향에 대한 질문에 '관계형 금융에 초점을 맞춘 소비자 금융서비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최 회장은 "일본 나고야에서 한식당을 차려 돈을 벌었다. 식당과 금융이 많이 다른 것 같지만 같은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고 고객을 위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한 분 한 분께 찾아가는 관계형 영업에 집중하고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도 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지난 10년간 대부업을 하며 쌓아온 신용도 평가 노하우를 활용해 소상공인 대출, 자영업자 전용 상품 등 돈이 필요한 저신용자를 위한 다양한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지역 밀착형 관계형 금융을 위한 저축은행 추가 인수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최 회장은 "관계형 영업을 하려면 지점이 많이 필요하다"며 "현행법상 다른 지역에 저축은행 지점을 내는 것은 제약이 있기 때문에 경상도나 강원도처럼 지점이 없는 쪽에 기반이 있는 저축은행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저축은행 인수에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매물을 폭넓게 보고 있다"며 "요새는 자산운용사나 증권사를 관심 있게 보고 있으며 최종 목표는 카드사"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금융 자체가 아닌 금융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카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 확장에 대한 욕심이 많지만 그는 "금융의 가장 기본은 리스크 관리"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대부업을 오래 해왔음에도 신용평가 측면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이는 것도 그의 이런 철학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일부에서는 저축은행을 인수했다고 엄청나게 공격적으로 영업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절대 무리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살 수 있는 길은 첫째도 위험, 둘째도 위험 관리"라고 웃음 지었다.

사진=권욱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