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보호가 됩니다."
은행 통장의 첫 쪽에 기재된 문구다. 앞으로는 금융소비자의 예금을 독려하는 듯한 이 문구가 정반대로 바뀐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예금보호'에 중점을 둔 은행 통장의 예금자보호 관련 문구를 '경고'의 의미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인당 5,000만원 이상은 예금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부정적 뜻으로 바꾸는 식이다.
문구가 눈에 잘 띄도록 크기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5,000만원 이상 예금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의미를 좀 더 명확히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문구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예보는 조만간 예금보호위원회를 개최해 예금보호에 대한 '표시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처럼 예금보호 문구를 변경하는 배경에는 지난해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자리잡고 있다. 5,000만원 초과 예금은 법적으로 엄연히 보호를 받을 수 없지만 다수의 피해자들이 여전히 전액 손실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을 불법 점거해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총선과 대선 등을 의식한 정치권도 한시적으로 5,000만원 초과 예금을 전액 보상해주는 입법을 추진,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금융권도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금보호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가까운 저축은행에 5,000만원 이상 예금했다가 불의의 피해를 본 사람이 적지 않다"며 "5,000만원 이상 예금피해는 자기 책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도 문구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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