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삶 자체가 모나미가 태어나 자라온 시절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인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을 우리나라 최초의 볼펜 ‘모나미 153’으로 유명한 모나미의 송하경(46) 사장. 59년생인 송 사장이 태어난 이듬해 모나미의 전신인 광신화학공업사가 탄생했다. 광신화학공업사는 송 사장의 부친인 송삼석(78) 회장이 세운 회사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송 회장은 무역업체에서 ‘1인 다(多)역’을 하던중 염료 및 문구류를 수입하던 광신산업 사장으로부터 동업을 제안받고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다 59년 정부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물품의 수입금지조치를 내리자 송 회장은 직접 제조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이듬해 광신화학공업사를 설립했다. ‘모나미’라는 브랜드는 광신화학이 첫 생산에 성공한 그림물감의 이름을 두고 고민하던 중 한 직원이 불어로 ‘나의 벗’이라는 의미를 가진 ‘모나미(Monami)’를 제안해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지금의 모나미를 다진 초석은 뭐니뭐니해도 자체 기술로 만들어낸 우리나라 최초의 볼펜 ‘모나미 153’이라고 할 수 있다. 송 회장은 62년 기술진과 함께 볼펜 제조기술을 배우러 현해탄을 건넜다. 그러나 일본조차 완벽한 기술을 갖지 못한 상황. 특히 작은 플라스틱 관에 잉크를 넣는 것과 잉크가 조금씩 흘러 나올 수 있도록 팁을 제작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송 회장을 비롯한 기술진이 1년 동안 피나는 노력 끝에 63년 5월1일 국내 최초로 잉크를 담은 펜(볼펜) ‘모나미 153’을 개발했다. ‘153’에는 당시 볼펜 가격인 15원이고, 모나미가 만든 세 번째 제품이라는 등 세 가지 뜻이 담겨 있다. 이후 모나미는 플러스펜, 사인펜 등 우리에게 익숙한 문구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이며 우리나라 문구업계를 이끌고 있다. 송 사장은 지난 84년 대학을 졸업한 후 모나미에 들어왔다. 장남인 탓에 부친의 가업 승계 요구를 마다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스스로 배움이 더 필요하다고 느낀 송 사장은 2년 동안 미국으로 건너가 경영학을 공부한 뒤 재입사, 93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사업을 하면 할수록 송 사장의 고민도 깊어졌다. “문구 수요가 줄고 있는데 미련하게 제조만 고집할 수 있나요. 모나미를 영속시킬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94년부터 유통업에 뛰어든 모나미는 컴퓨터 소모품사업부를 내부에 두는 동시에 문구ㆍ프린터 소모품 유통 관계사인 오피스플러스와 원메이트, 항소(파카 등 수입브랜드 취급법인)를 관계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컴퓨터 소모품 매출 비중이 55.9%로 문구제조(43.4%)보다 높다. 송 사장은 “문구제조업체가 500여개에 이르고 값싼 중국산과 선진국 브랜드에 치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시장을 잘 알고 애정을 갖고 있는 모나미가 유통을 직접하는 것이 우리 시장을 지키는 길이라고 판단,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HP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모나미는 최근 사무용품 및 소모품의 임대ㆍ유통을 전담할 별도 자회사 ‘모나미이미징솔루션(MIS)’을 설립, 오는 7월부터 직영매장을 열면서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모나미는 태국ㆍ폴란드ㆍ중국 등지에 생산기지를 세워 가격 경쟁력을 높였으며, 위조지폐 식별펜이나 보드마커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송 사장은 “모나미 설립 당시 사업을 하고 있던 기업들 중 상당수는 지금 이름조차 찾기 어렵다”며 “중소 제조업체가 장수할 수 있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면서 그때 그때의 환경 변화에 철저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장수 비결을 설명했다. ●모나미의 경영전략-유통분야 경쟁력 강화 역량 집중 지난 60년 설립 이후 우리나라 문구시장을 선도해온 모나미는 환경 변화에 맞춰 제조업에 근간을 두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유통업에 힘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핵심기술 개발 ▦보상체계 확립 ▦글로벌 관리능력 향상 등을 3대 경영과제로 수립했다. 특히 미국ㆍ폴란드ㆍ중국 등 해외법인과 실시간 온라인으로 연결, 국내시장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의 흐름을 읽어내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유통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국 1일 배송체계’를 바탕으로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30만 법인고객 정보를 활용,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송 사장은 ‘새로운 기업문화를 창조하자(Creating new Office Culture)’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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