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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 얼어붙자… 기업 빚갚기 각양각색

"발행 나섰다 평판 깎일라" 보유현금으로 아예 상환

회사채 신속인수제 활용… RCPS·ABS도 대안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던 기업들이 최근 상황이 여의치 않자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빚 갚기에 나서고 있다. 연초 이후 우량 회사채로만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최근 KT 및 현대그룹의 신용등급 강등 이벤트로 회사채 시장이 경직되자 일부 기업들은 현금상환 및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이용하는 것을 물론 자금 조달 루트도 다양화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환보다는 자체 보유 현금으로 상환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A등급 기업을 중심으로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현금상환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우량 회사채로만 기관 자금이 몰리고 취약 기업은 철저히 외면받는 상황에서 섣불리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가 평판만 깎이는 것보다는 일단 보유 현금으로 급한 불을 끄자는 전략이다.

SK건설은 이달 15일 만기 도래하는 1,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자체 보유한 현금으로 전액 상환했다. 최근 현대건설·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아 수요예측에 대한 부담으로 현금상환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도 지난달 말 3,000억원의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으며 현대산업개발과 SK에네트웍스도 각각 3,5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현금으로 갚았다. 두산건설도 21일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할 계획이다.

한 증권사 채권자본시장(DCM)관계자는 "섣불리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가 미매각 발생으로 명성에 금이 가는 것보다는 일단 보유 현금을 이용해 상환에 나서자는 기업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다만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이 자주 이용하면 오히려 기업에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SOS, 회사채 신속인수제 이용=자체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차환이 어려운 기업들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도입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취약 기업이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업은행이 총액의 80%를 인수해 기업의 상환 리스크를 줄여주는 제도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채권은행·신용보증기금 등으로 구성된 회사채 신속인수제 심사위원단은 최근 차환발행심사위원회를 열어 현대상선·한라건설·동부제철 3개 기업에 회사채 차환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상선·한라건설·동부제철은 각각 다음달 1,400억원, 6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RCPS·ABS등 다양한 방법 이용=부채비율이 높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일부 회사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RCPS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로 일정 시점에 전액 현금 상환할 수 있고 정해진 배당을 지급해야 해 채권과 비슷하지만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해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할 수 있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자본확충을 통한 부채축소와 자금조달의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사모형식으로 1,000억원 규모의 RCPS를 선제적으로 발행해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유동화증권(ABS)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공·사모 형식으로 항공운임을 기초로 5,000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해 이 가운데 일부를 2월 만기 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하는 데 썼다. 박정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자체 신용등급으로는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렵지만 대한항공이 발행한 ABS는 항공화물운임채권에서 발생하는 현금이 담보로 잡혀 있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편"이라며 "매출채권이 발생하는 기업들은 ABS 발행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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