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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실패를 새해의 자산으로(사설)

마지막이라는 시간은 언제나 가슴을 저미게 한다. 한해의 끝인 세밑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예년엔 새해에 대한 희망과 설렘이 있어 발걸음은 가벼웠다. 올해는 몸도 마음도 천근처럼 무겁기만 하다. 내년에 기대할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국제통화기금(IMF)의 한파가 본격적으로 몰아치는 내년은 상상만해도 괴로운 세밑이다.○정부실정 악몽같은 한해 한해를 보내면서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쓰지 않은 해는 거의 없었다. 이 「다사다난」이 올해처럼 폐부를 찌른 적도 아마 없을 것이다. 나라가 부도위기에까지 몰리지 않았나, 전국민의 삶이 무너져내리지 않았나, 실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같은 한해였다. 정오년 한해의 화제는 단연코 「경제」다.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한국경제는 수모와 한숨, 그리고 암울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연초 노동법 파동으로 시작된 국정의 표류는 한보사태가 터지면서 그 결과를 예단케 했다. 삼미·대농·진로 등 대기업의 부도 도미노에 이르러서는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했다. 기아사태로 나라까지 결딴을 낸 국정의 난맥상은 결국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치욕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었으며 경제주권마저 내주게 된 것이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돌파했다고 법석을 떨던 것이 2년전이다. 세계 제11위의 경제대국이 됐다고 경제협럭개발기구(OECD)에 가입, 의기양양해 하던 것도 불과 1년밖에 되질 않는다. 국민들은 정부의 허장성세만 믿고서 정말로 선진국이 다된 것같은 착각속에 빠졌다. 물밀듯이 외국으로 쏟아져 나가 흥청망청 아까운 외화를 써댔다. 어느새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을 제치고 「세계의 봉」으로 등장했다. 세계의 유명 브랜드는 모두 서울로 몰려들었다. 정부가 l년앞도 내다보지 못한 단견의 소산이다. ○평화적 정권교체 보람도 그동안 세계의 권위있는 경제연구소들은 한국의 경제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정부에 경고의 메시지까지 보낼 정도였다. 국내 연구소들도 보고서를 작성, 재정경제원에 제출했다. 그럴 때마다 재경원관료들은 이를 묵살하고 심지어 국내연구소들을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지금 대통렁직 인수위원회가 정부부처에 대해 각종 비밀문서의 파기중지를 촉구하고 있는 것도 관료들의 태만과 오만, 직무유기 등을 밝혀 내기 위한 것이다. 한국경제가 이 모양 이 꼴이 된데는 「인재」가 상당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진단도 여기에서 나온다. 진작 서둘렀으면 이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후회해 본들 소용 없다. 지금은 달러를 구걸해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는 신세다. 체면이나 자존심은 이미 천길만길로 떨어졌다. 한강의 기적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될 판국이다. 지난 11월 이래 하루 4천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달 들어서는 서울지역에서만 하루 45개업체가 부도로 쓰러지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내년에는 실업자가 굽증, 실업대란 사대가 오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타. 일치된 견해는 1백만∼1백30만명선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2백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불길한 추정도 나와 있다. ○새 정부·새 체제를 기틀로 이같은 절망의 와중에서도 보람찬 일도 있었다. 50년만에 평화적인 정귄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한국의 정치문화에 큰 획을 긋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선거 뒤끝마다 일었던 후유증도 이번 선거에서는 없었다. 사상 유례없는 공명선거 탓이다. 김대중 대통렁 당선자는 국정을 포기한 현 정권을 대신,IMF와 미국·일본 등을 직접 상대, 국제적인 신인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모라토리엄(Moratorium·대외채무지불정지 및 유예)일보 직전에서 나라경제를 살려낸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기댈 것이 전혀 없는 내년에 새 정부는 실낱같은 회망이다. 저 해가 저물면 이 해도 간다. 비록 내일은 오늘보타 더 가혹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내일은 항상 희망을 상징한다. 이대로 주저 앉을 수만은 없다. 오늘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격언에도 있지 않은가. 「승리는 영광이면서 부채이나 패배는 고통이면서 자산」이라고.오늘의 실패를 경험삼아 실패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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