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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120엔대로 급락

日경제 위기감 고조…약세 당분간 지속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에 대한 불안감으로 국제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일본 엔화는 일본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연일 급락세를 타고 있다. 일본 재무성, 일본은행 등 정책당국마저 자국 상품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엔화약세를 조장하는 발언을 계속 쏟아내고 있어 엔 약세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 여파로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각국 통화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엔 약세 유도하는 일본당국 일본 경제가 상승 모멘텀을 상실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재무성장관이 이번 주 들어 오히려 경제위기를 계속 경고하고 있다. 미야자와 장관은 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 참석, 일본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야자와 장관의 발언은 종전까지 일본경제가 완만하지만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입장을 일거에 뒤집은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야자와 장관은 연일 발언수위를 높이고 있다. 7일에는 엔 약세를 막기 위해 시장개입에 나설 용의가 없다고 말해 외환시장을 뒤흔든 뒤 급기야 8일에는 일본 정부의 재정이 붕괴직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워야 할 일국의 경제수장이 오히려 '불난 집에 불지르는' 격으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외환 딜러들은 재무성 장관의 이 같은 행보를 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으로 보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내수경제가 되살아나지 않는 상황을 엔저로 인한 수출확대로 뚫어보려는 정책기조가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시장개입도 마다하지 않을 기세다. 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일본은행 총재는 7일 "일본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경기전망의 불확실성은 고조되고 있다"며 "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장개입을 꺼리는 하야미 총재가 이런 발언을 할 정도라면 제로금리로의 복귀도 임박했다고 점치고 있다. ◇달러당 125엔 돌파할 듯 대다수 외환전문가들은 일본 엔화의 달러당 125엔대 진입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140엔대까지 밀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3ㆍ4분기 마이너스 0.6% 성장을 기록한 일본 경제가 4ㆍ4분기에 0.3% 성장했을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히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물 건너간 상태라고 지적했다. 올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도 플러스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당국이 금리인하, 국채매입 등에 나설 경우 엔화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신탁은행의 외환매니저 쓰루 야스하루는 "지난 99년 5월 기록했던 달러당 124.75엔 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쓰루씨는 재정악화, 금융위기, 내수시장 침체 등으로 상승 모멘텀을 잃고 고전중인 일본 경제가 기댈 곳은 수출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책당국이 엔저 정책을 용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3월말 결산을 앞둔 기업들이 수출로 확보한 금액을 금년도 실적에 반영하기 위해 보유중인 달러를 엔화로 대거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가파른 하락은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닛케이지수가 1만3,000선 이하로 폭락한 상황에서 주식평가익을 기대할 수 없는 금융기관이나 대기업들이 해외 대출금과 수출금액을 최대한 실적에 반영시키기 위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가 급격히 추락할 경우 달러 약세로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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