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의 변동폭을 줄이고 자본의 유출입을 막기 위해 정부가 준비해온 외화유동성 규제 종합대책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방안은 예상대로 은행의 선물환 규제를 도입해 투기적인 거래를 막고 이를 통해 시장의 출렁거림을 최소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정부는 다만 곧바로 시행할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기존 거래분을 인정하고 유예기간을 최대한 인정하는 등의 완충장치를 마련했다. ◇은행에 규제 설정해 변동성 방지=최근 외환시장은 춤을 추고 있다고 할 정도로 변동성이 극심하다. 외환시장에 수급의 논리는 사실상 실종돼가고 있다. 대신 대외의 움직임에 편승한 '심리의 흐름'이 시장에 쏠림으로 이어지고 그 중간에 외국인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왜곡된 모형으로 가득하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시장이 열린 최근 15일 동안 원ㆍ달러 환율의 오르내림이 10원 이상 된 날이 3분의2인 열흘이나 됐다. 특히 절반이 넘는 8일은 변동폭이 20원 이상에 달했다. 시장에 정상적인 수급은 없고 유로존의 위기에 시장 참가자들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 선물회사 관계자는 "증시에는 개인이라는 버팀목이라도 있지만 외환시장은 외국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대책은 이 같은 상황을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은행에 이른바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부여해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 이상은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 은행에는 50%를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는데 현재 국내 은행들이 대부분 30% 수준에 있기 때문에 거래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은행 외은 지점들은 상황이 다르다. 일부 외은 지점은 선물환 포지션 비율이 무려 900%를 넘는 곳도 있다. 한도를 정부의 계획대로 250%로 정할 경우 외은 지점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기존 거래분은 비율을 산정할 때 제외하고 신규 거래분만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또한 외은 지점들에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거래가 적은 상황에서 비율이 새롭게 적용될 경우 영업에 상당 부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내 기업과 은행들도 영향권 아래에 놓이게 된다. 외은 지점들은 그동안 국내 외환시장에서 일종의 달러 박스 역할을 해왔다. 기업이 선물을 매도하면 은행이 받고 은행은 외은 지점으로부터 달러를 구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런 3각축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수출 기업들도 타격=이 같은 규제 장치는 궁극적으로 기업들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의도대로 시장의 변동성은 줄어들겠지만 거래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정부의 조치가 대단한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글로벌 외환위기 직전에 수출기업들이 선물환을 내놓았던 규모를 보면 분기별로 300억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규모가 많이 줄어 지난 1ㆍ4분기의 경우 44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거래가 그만큼 감소했다는 얘기다. 정부가 규제를 한다고 해서 선물환 거래를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 은행의 선물환 규제에 이어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내용도 담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수출기업의 선물환 거래를 실수요의 125%로 규제했는데 이번에 이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적당한 규제로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고 보고 그 틀을 더욱 옥죄겠다는 얘기다. 결국 기업들은 규제의 틀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운 은행을 찾아야 하고 여기에 자신들의 거래 한도까지 줄어드는 이중고를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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