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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한국 이대론 안된다] (上) 경제회생 빛이 안보인다

온 나라가 갈갈이 찢기고 흩어져가는 사이 한국경제는 자꾸 수렁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정치권이 반목(反目)을 계속하고 소모적인 당쟁에 빠져 있는 동안 경제침체가 이어져 종국에는 위기에 봉착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국내외 경제동향을 둘러보면 결코 기우(杞憂)에 그칠 것만 같지는 않다. 유일하게 잘 나가는 수출마저 원자재난과 환율급변동우려로 뒤뚱거리고 있다. 당장 자동차업계는 수출감소와 내수위축으로 경영난에 봉착했다.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사회통합과 국민적 합의가 선행과제지만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오히려 갈등구조만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를 포함한 행정부, 여야할 것 없이 모든 정당, 중구난방인 시민단체, 정부가 서로를 대화나 협력의 파트너로 여기기보다는 넘어야 할 적으로 간주하고 사생결단의 싸움을 펼치고 있다. 체면이나 원칙은 온데간데 없다. 국회가 FTA협정체결안을 무시하고 법원이 범죄자로 판단해 구속된 의원의 석발결의안을 통과시킨 게 스스로 품격을 손상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유사 이래 최악의 갈등 구조=물론 한국사회의 분열과 갈등구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제가 어려움에 빠져든 때도 여러 번이다. 그러나 최근과 같은 반목에 빠진 적은 흔치 않다. 남북간 갈등`보다 `남남갈등`이 심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풍토다. 이전에는 여야가 싸우더라도 원내총무단을 비롯한 대화의 채널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대화구도가 무너졌다. 대통령이 선출된 직후부터 `수개표 조작`시비를 제기해 스스로 위상이 무너졌던 야당은 내내 다수당의 힘으로 딴죽을 걸고 있다. 물론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 타협보다는 시시비비에 휘말려 분란을 방관 또는 조장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제는 갈수록 사면초가(四面楚歌)=이탈리아처럼 30년동안 정권이 55번 바뀌는 와중에서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면 아무리 정쟁이 심해도 걱정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소규모개방경제인 한국에서 정치불안은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위기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 경제자체의 성적과 전망도 여전히 좋지 않다. 수출이 지난 1월 29억달러의 흑자를 올리는 등 순항을 계속하고 있긴 하지만 도처에 복병이 깔려 있다. 환율이 G7(서방선진7개국) 재무장관회의의 영향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상대적인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원화강세는 불가피한 대세다. 임준환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경쟁력약화와 외국인의 국내증시 투자자금 유출현상이 동시에 발생해 위기로 직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기업들은 이미 원자재 구득난까지 심화되고 있다. 수출기업의 호황으로 결국 설비투자가 늘어나고 경기도 회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낙관과 정반대현상이 빚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제부처 장관들은 총선에 매달려 있는 분위기다. ◇민생고는 갈수록 심해지고=정치권이 눈앞의 당리당략을 쫒고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는 동안 민생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되살아나는 듯한 백화점과 할인점의 매출이 거의 두자릿수 가까이 줄어들고 실업과 자살이 속출하고 있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에서 보듯이 각종 흉악범죄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범죄자나 전과자들이 아니라 일반 청소년들에 의해 납치와 유괴, 살인이 일어날 만큼 사회전체의 가치관도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청년들이 일을 하려해도 할 곳이 없고 신용불량자만 늘어만 간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작동했던 지구종말 시계와 비교할 때 대한민국의 시계는 추락 5분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2개월이 분수령=불신이 더 큰 반목을 낳는 악순환은 지속될 전망이다. 적어도 총선까지는 그렇다. 총선까지 2개월 동안 경제는 뒷전일 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이 갈등의 종착점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새로운 싸움을 알리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2개월간의 사회적 갈등해소, 통합 노력의 성패에 따라 한국의 장래가 걸렸다는 얘기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선임연구위원은 “대(對) 중국수출 급신장이라는 호재에도 우리경제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은 경제체질이 그만큼 취약해졌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신용불량문제와 일차리 창출, 경기회복에 모든 정파와 계층이 동참한다는 내부통합이 없는 한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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