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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예찬/유혁인 종합유선방송위원회 위원장(로터리)
입력1997-05-27 00:00:00
수정
1997.05.27 00:00:00
유혁인 기자
오늘날 우리는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미디어 현실에 싫든 좋든 포로가 되어있다. 그리고 미디어 현실이 실제 현실보다 과장되게 마련이라지만, 요즈음 방송이나 신문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곧 나라가 주저 앉을 것같은 느낌이 든다.경제는 곧 무너져 내릴 것같고 정치는 부정부패가 난무하는 복마전같다. 보고 듣는 것이 온통 우울한 일뿐인데 누군들 신바람이 날리 없다. 초등학생이든 대통령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러한 좌절감을 딛고 활력과 의욕을 찾는 해법은 없을까.
얼마전 휴일을 끼고 오랜만에 지방시찰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광주로, 광주에서 부산으로 가는 동안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조국산하의 아름다움에 취해 필자는 모처럼 여유롭고 값진 시간을 보냈다. 뭔가 희망적이고 밝은 조국의 맥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심기가 한창인 들녘너머로 깨끗하게 포장된 농로며, 민둥산 대신 터잡은 숲의 푸르름이 한껏 빛나고 있었다.
새마을 운동이다 식목사업이다 하여 그동안 우리가 땀흘려 가꾼 결실들이 아름다운 조국강산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고속도로휴게소의 깨끗한 식당, 한결같이 밝고 생기 넘치는 사람들, 발길닿는 곳마다 열심히 사는 필부필녀들의 의욕에 찬 표정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서울을 벗어나니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는 중앙무대와는 대조적으로 여전히 세상은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예부터 어떤 산을 바로 보고 알려면 그 산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보라고 했다. 우리 모두 서울이란 울타리를 벗어나 자연으로 나가보자. 산에 올라보면 산아래 풍경이 달라 보이듯, 관점이 달라지면 세상도 달라보일 것이다.
관점이 달라지면 시각과 시야가 바뀌고, 시각과 시야가 바뀌면 행동과 사고가 바뀐다.
서울에서 미디어의 홍수에 묻혀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야하는 오늘의 삶은 어찌보면 사람을 눈멀게 하는 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나는 오늘의 위정자 내지는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서울을 벗어나서 삼천리 우리 강산을 순례해보면 어떨까하고 권하고 싶다.
국제화다 세계화다 하면서 해외로만 나갈 것이 아니라, 또 선거철이 되어서야 지역구를 돌아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시끄럽고 어려운 지금 이 시각에 우리의 산과 들녘으로 나가보라는 것이다. 거기에서 농어민과의 대화를 통해 살아있는 민심에 귀 기울여 보고, 청정한 자연의 품에 안겨 맑은 공기를 마시고, 들녘의 흙을 매만지고, 숲길을 거닐어보라. 틀림없이 혼탁한 머리가 맑아지고 우리의 희망찬 내일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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