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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고픈 농어촌
입력1999-12-10 00:00:00
수정
1999.12.10 00:00:00
서울을 비롯한 도시권과 농어촌을 사람의 인체로 놓고 생각할 때에 머리와 심장은 그럭저럭 정상인 듯하지만 그 밖의 다른 지체는 병들고 피폐한 인간의 모습이 떠오른다. 농어촌을 둘러보면 우리가 얼마나 국토를 잘못 관리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며 더 나아가서 우리 국민이 얼마나 비애국적인지도 느끼게 한다.농어촌에 대한 그리운 마음이 막상 현지에 가면 실망감으로 변하는 것은 우리가 꿈꾸고 그리워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개발로 산만해진 농어촌의 분위기는 피곤한 마음을 쉬고 싶은 안락한 마음의 고향이 아닌 것이다. 농어촌이라고 해서 고층아파트가 세워지면 안된다는 법은 없지만 주변의 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난립된 모습으로 세워져 있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이다.
계획성 있는 개발이 아닌 것도 문제이지만 왜 농어촌을 도시개발과 같은 맥락에서 개발하는지 그 의식의 황폐함이 가슴 아프다. 무엇보다도 시급하게 의식을 전환시켜야하는 것은 농어촌을 도시개발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농어촌은 농어촌의 특성에 맞는 개발모형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도시가 가질 수 없는 농어촌만의 고유한 안락한 분위기가 살아나게 될 것이다.
머리와 심장 못지않게 지체를 정상화시키는 일, 농어촌의 어느 곳을 가더라도 윤택하고 풍요롭고 안락하여 가고 싶고 살고 싶도록 만드는 일을 정부 관계자와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고 원해야 할 것이다.
무분별하게 난립되어 있고 도로와 교통이 열악한 농어촌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국토가 우리의 몸과 마음인 줄 알고나 있는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할 줄 알기나 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우리의 국토와 우리 나라와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결코 그런 피폐한 모습으로 방치해두지는 않았을테니 말이다.
우리는 자체가 곪고 썩어들어가는 데도 그것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더이상 그렇게 어리석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지역마다 고유한 특성과 문화를 갖게 하는 일, 그리워하고픈 농어촌을 만드는 일에 우리나라의 앞날이 달려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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