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국채 보유비중이 줄어들면서 우리 채권시장이 외국인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투자가들은 우리 채권시장에서 국채 보유비중을 크게 줄이는 대신 특수채인 통안증권을 대거 사들였다. 외국인의 국채 보유액을 보면 지난 2007년 12월 말 25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5월 29조8,000억원으로 급증, 30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현재 외국인 국채 보유규모는 20조1,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렇다 보니 외국인들이 보유한 채권 중 국채 비중이 2007년 말 66.1%에서 지난해 11월 말에는 49.7%로 무려 16.4%포인트 줄었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한 국가의 국채를 외국인이 많이 보유한다는 것은 통화정책에 이들의 입김이 더욱 세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채 비중 축소는 우리 채권시장이 외국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전했다. 반면 이 기간 외국인들은 국채를 파는 대신 통안증권을 대거 사들였다. 통안증권 보유액의 경우 2007년 12월 말 12조6,000억원에 불과했으나 계속 증가해 지난해 9월에는 27조원, 11월에는 이보다 다소 줄었으나 19조원에 이르고 있다. 외국인 보유 채권 중 통안증권 보유비중은 2007년 말 32.9%에서 지난해 11월 49.1%로 크게 상승했다. 즉 외국인들은 국채 매도에 나섰고 이를 국내 투자자자들이 되사는 동안 통안증권으로 발길을 돌린 셈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인 채권 투자가들이 지난해 들어 유럽계에서 아시아계로 많이 바뀌었다”며 “아시아계의 경우 국채보다 금리가 0.2~0.3%포인트 높은 통안증권을 집중 매입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의 국채 비중 축소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미국을 상대로 그나마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도 미국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높은 국채 보유비중은 반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가들이 높은 국채 비중을 유지한 탓에 이들이 국채를 팔 때마다 지표금리인 국채 금리가 출렁거리는 등 불안요인으로 작용해왔던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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