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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채 발행 200조 넘어] 이자만 年16조 "빚얻어 빚갚기"

공적자금 회수 지연땐 경제부담…대책 시급국공채 발행잔액이 200조원을 넘어섰다는 사실은 나라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나라빚이 많아지면 공공부문의 투자는 억제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해 회수(상환)가 지연될 경우 빚을 얻어 빚을 갚는 악순환이 지속돼 경제운용에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된다. 또 한정된 물량만을 소화할 수 있는 채권시장의 수급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쳐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제, 악순환 우려 지난해 통화채 이자로 지급된 돈만 4조9,000억원이다. 지난 98년부터 발행된 예보채 이자도 3조9,000억원이 나갔다. 200조원이 넘는 광의의 국채로 지급되는 이자비용만 연간 16조원이다. 이 자금은 대부분 새로 국공채를 발행해 충당했다. 빚을 얻어 빚을 갚은 셈이다. 빚이 많은 가계의 경우 교육이나 복지비지출이 어렵듯 국채발행이 늘어나면 경제운용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당장은 시장에 국채ㆍ통화채 등의 수요가 높아 문제가 없지만 경기불안이 지속되면 일본형 장기불황이나 80년대 후반 미국형 재정적자에 빠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이 경우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정책도 극히 제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나라부채를 줄이려면 정부가 긴축정책을 펴야 한다. 그러나 세계 경기가 위축되고, 우리나라도 경기부양을 해야 할 상황이어서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기가 쉽지는 않다. 또 내년 하반기부터는 선거정국으로 들어서 긴축재정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통화정책 설자리 없어져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20조원대에 불과하던 통화채가 3년여 만에 3배가 넘는 70조원대로 불어난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간 무역수지흑자 누계가 820억달러에 이르고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이 급증한 것은 통화채 발행을 촉발시켰다. 여기에 예보채와 부실채권정리기금 발행 지원, 정책자금과 총액한도대출 등 준재정적 역할도 통화채 발행을 늘려놓았다. 문제는 연간 통화채 이자지급이 5조원대에 달해 지급을 위해서는 새로운 통화채를 발행하고 새로 풀리는 통화채가 본원통화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통화를 조절하고 싶어도 통화채 때문에 힘들어지는 것이다. 통화채가 본래 목적인 통화안정을 저해하는 상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박재완 한국은행 금융시장 국장은 이에 대해 "통화채가 늘어난 만큼 외환보유고도 1,000억달러선으로 확충됐고 보유외환의 운용수익도 적지않게 발생해 통화채 관리비용이 모두 순증요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과거와 달리 통화정책이 통화량 중심에서 금리중심으로 바뀌었지만 경제여건과 자금시장 상황에 따라 통화채가 시장에 부담요인이 될 수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채시장 구축(驅逐)효과 시중부동자금이 안전한 국채로 몰리면서 채권시장은 신규는 물론 차환발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표로만보면 지난해 회사채 발행이 다소 늘어났지만 채권시장 발행액 총계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초반대로 지난해 수준에 그치고 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정부대책에도 회사채 발행이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국공채의 공급과다에도 원인이 있다. 통화채 공급이 상반기에 몰려 있는데다 2차 공적자금마련을 위한 예보채 발행이 연말연초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국채발행이 35조원, 예보채가 28조원으로 잡혀 있고 통화채도 최소한 15조원 가량 순증발행될 예정이어서 공공부문의 공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수요는 극히 제한적이다. 기관투자가인 은행과 투신사들이 금융자산으로 보유한 채권물량은 약 250조원으로 연간 약 70억~80억원의 신규매입 수요가 생기지만 이 자금으로 국공채를 사고 나면 회사채 매입에 투입할 돈은 별로 없다. 국공채가 채권시장에 회사채발행을 위축시키는 이른 바 구축효과가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되고 앞으로도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98년부터 연간 10조~23조원씩 발행된 5년만기 예보채의 만기가 도래하는 오는 2003년 이후 국공채의 회사채구축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최근 금융정책협의회를 갖고 회사채 발행이 위축되지 않도록 공공부문 채권의 공급시기와 규모를 조정한다는 대책을 발표했으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발행주체가 재정경제부ㆍ한국은행ㆍ예금보험공사로 제각각이어서 정책적으로 이를 조절하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경제기획원 시절에는 정부가 재정과 통화를 조정하는 역할을 했지만 시장이 복잡해진데다 규제완화라는 명분에 밀려 그 기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만이 해결책 당장 마땅한 대책이 없다. 재정수요도 당분간 확대가 불가피하고 통안증권도 계속 발행해야 한다. 공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예보채 발행 역시 불가피하다. 대안은 단 한가지로 귀결된다. 구조조정을 하루바삐 마무리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은 "다소 충격이 있더라도 확실한 구조조정만이 대안"이라며 "시장을 인위적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오히려 시장의 체력을 약화시키고 구조를 왜곡시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시장에서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기업이 위험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고 자금을 끌어쓰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과도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나 국공채 편중 현상도 개선되고 구조조정도 앞당겨져 국공채 발행수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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